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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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 아내는 가톨릭

2023-10-16 (월)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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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이고 아내는 가톨릭이다. 아내가 불교를 믿지 않는 것을 보고서 “불교가 좋은 종교가 아닌 모양이군요.”하고 친구가 말한다. 만약 불교가 좋은 종교라면, 아내가 불교로 개종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내의 친구들은 왜 남편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지 못하느냐고 아내를 괴롭힌다. 그러면서 아내의 신앙심이 깊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아내의 신앙심이 깊었다면 나를 가톨릭으로 개종시켰을 것이라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둘 다 틀린 말들이다.

아내가 불교를 안 믿는 이유는, ‘불교의 좋고 나쁨’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내는 ‘가톨릭이 좋기에’ 가톨릭을 믿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톨릭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은 아내의 ‘신앙심의 깊고 낮음’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불교의 가르침이 내 마음에 들기에 나는 불교를 믿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가톨릭이기에 나는 성경을 읽을 때가 있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불교에 대한 나의 신앙심이 더 깊어진다. 아내는 불경을 읽을 때마다 가톨릭에 대한 신앙심이 더 깊어지는 모양이다.

성당에 자주 나간다. 아내는 성당에 가서 아침기도를 한다. 나는 집에서, 부처상 앞에서, 아침이면 30분간 좌선을 한다. 아내는 가톨릭을 믿기에 행복해한다. 나 또한 불교를 믿기에 행복해한다.

내가 절에 가면 아내는 나를 따라 절에 간다. 아내가 성당에 가면, 크리스마스 때는, 아내를 따라 나도 성당에 가서 예배를 본다.

남의 종교를 존중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 방에 두 전등이 있으면, 두 전등 빛은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안을 더 훤하게 해준다. 남의 종교를 앎으로서 자기 종교를 더 정확하게 알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자기 종교가 참 좋구나 하고 자기 종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다행히도 미국과 한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우리 집에는 예수상이며 마리아상이 많이 놓여있다. 부처나 관세음상도 많다. 아내는 예수를 보고 좋아한다. 나는 부처를 보고 좋아한다.

종교라는 것은 그리 쉽게 바꾸어지지 않는다. 총칼을 목에 대고 ‘종교를 바꾸라’고 해도 한번 굳어진 신앙심은 그리 쉽게 바꾸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자로서 죽었던 것이다.

나는 결코 아내의 종교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아내도 내 종교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아내는, 죽으면, 천당에 갈 것이고, 나는 극락에 가면 된다.

인연이 있으면 저승에서도 다시 만나 결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극락과 천당에 각각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느냐고? 만날 수 있다.

부처는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했다. 예수는 ‘이웃을 제 몸 사랑하듯 사랑해주라고’ 했다. 이런 분들이, 극락이나 천당을 꽉 봉쇄해놓았다고 생각하시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극락 문이나 천당 문은 활짝 열려있을 것이다. 극락과 천당은 서로 왕래하면서 화평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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