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여성의 창 나효신/작가

2023-10-06 (금)
크게 작게

▶ 샌프란시스코 이야기(10)

나는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적에 지도에 이름이 나와 있는 마을에는 다 가 보고 싶었다. 내가 태어난 땅은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차나 고속버스도 탔지만 시외버스가 제일 재밌었다. 내가 만약 지난 41년 동안 미국에 살지 않고 계속 한국에 살았다면 아마 다 가 봤을 것만 같다. 아쉽다!

내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내횡단 산책로(The Crosstown Trail)는 샌프란시스코 남동쪽에서 시작해서 북서쪽을 향해 도시를 횡단하여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산책로, 공원, 계단, 정원, 주택가 등을 통과한다. 걸어가도 좋고 뛰어가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다. 남쪽에서 시작해도 좋고 북쪽에서 시작해도 좋고 중간 지점에서 이쪽이나 저쪽으로 가도 좋다. 한꺼번에 다 걸어가도 좋겠지만, 나처럼 조금씩 걸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섯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다음 구간까지 가면 몇 마일이 되는가 미리 알고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이 샌프란시스코 시내횡단 산책로의 5개 구간은 다음과 같다. 제 1구간 - 캔들스틱 공원(Candlestick Park)에서 시작, 제 2구간 - 글렌 공원(Glen Park)에서 시작, 제 3구간 - 골든 게이트 하이츠 공원(Golden Gate Heights Park)에서 시작, 제 4구간 - 스토우 호수(Stow Lake)에서 시작, 제 5구간 - 프리지디오(Presidio)에서 시작해서 바다절벽(Sea Cliff)을 거쳐 랜즈엔드(Lands End)에 도달한다.

골든 게이트 하이츠 공원으로 올라가려면 매우 가파른 계단을 많이 올라가야 하는데 꼭대기까지 다 올라가 보면, 데이빗슨 산((Mt. Davidson) 꼭대기에 있는 초록색 벤치와 똑같이 생긴 또 하나의 초록색 벤치가 놓여 있다. 금문교는 대개 동쪽이나 서쪽에서 바라보는데, 이곳에 가면 남쪽에서 바라보는 금문교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입장료도 내지 않고 누구나 내가 사는 도시를 두 발로 걸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내 준 사람들... 세상은 내 가족만 아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남의 자식도 위해 주고 남의 돈도 아끼며 살아 가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샌프란시스코 시내횡단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또 배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