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효신/작곡가

2023-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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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이야기(8)

1850년대에 ‘차이나타운’(Chinatown)이라는 이름의 동네가 샌프란시스코에 생겼다고 하는데, 이곳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사람들이 한 번 정도는 가 보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식당과 찻집도 많고, 기념품과 보석과 가구 그리고 건어물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듯한 차이나타운! 흥미로운 동네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아니다.

누가 나에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 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나는 차이나 비취(China Beach)이라고 답할 것이다. 오래 전에 중국인 어부들이 야영을 하던 곳이라 그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전해 온다. 따뜻한 날에는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폭신한 모래가 걷기에 좋다.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다. 상당히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금문교를 바라볼 수 있다.

이 바닷가 근처의 주택가에 있는 집들은 매우 크고 호화스럽다. 집이 조금 큰 것이 아니라, 정말 아주 많이 크다. 이 동네에는 집수리가 진행 중인 집들이 항상 많은 것처럼 보인다. 집에 페인트칠을 할 때가 지난 듯한 집들이 자주 눈에 띄는 우리 동네와는 사뭇 다르다.

참 살기 좋은 동네 같다. 집도 크고 예쁜데, 창밖에는 매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보이니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오션 비취(Ocean Beach)와 다르게 차이나 비취는 참 잔잔하다. 그래서 더 멋지게 보인다. 나는 이 바닷가의 커다란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시도 써 보고 싶고 노래도 지어 보고 싶다. 앗, 그런데! 어느새 오후 두 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바닷가에 가기 전에 소금 뿌려 둔 배추는 잘 절여져 있다. 저녁밥 짓기 전에 배추김치를 담근다. 내 방에 올라가 창문을 열고 아주 멀리 조금 보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창문을 열어 둔 채 나는 청국장 찌개를 끓이기 시작한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우리 동네 개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한다. 아하! 예민한 샌프란시스코의 개 코들! 차이나 비취도 좋았지만 역시 나는 내 집으로 돌아오길 잘했다. 따끈따끈한 찌개가 끓고 김치가 맛있게 익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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