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새은/가정주부

2023-09-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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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빵

"새은 씨, 시간 되면 소금빵 만들러 같이 갈래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제안이었다. 미국에 오기 전 가장 좋아했고 자주 먹었던 음식이 바로 소금빵이다. 남편이 회식 후 빵을 사 왔다며 봉지 하나를 덜렁덜렁 들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빵 두개가 달랑 들어있었다. 다소 밍밍해 보이는 비주얼에 개수도 너무 적어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빵은 너무 오래되면 맛없어. 그리고 이건 유명한 빵 이래” 이것이 나의 첫 소금빵이었다. 기대없이 베어 물었는데 부드러움의 끝에 느껴지는 짭짤함이 평범하지만 매력 있는 맛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소금빵 맛집을 찾아다녔다. 소금빵은 유달리 베이커리마다 식감이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야만 할 때 소금빵을 배달시켜 먹으며 일했고, 둘째 출산 후 외출이 힘들었던 시기에는 언니가 생각났다며 소금빵을 사다 주던 이웃 동생의 사랑이 있었다. 미국 오기 전 엄마와 최대한 많이 데이트를 하려 했는데 우리는 소금빵으로 유명한 분당의 한 베이커리를 즐겨갔다.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미리 줄을 서야 지만 살 수 있었는데 갓 나온 따끈따끈한 소금빵을 크게 베어 물면 노릇노릇 녹아 있는 버터향이 입안 가득 퍼졌고 엄마와 나는 눈을 마주치며 ‘너무 맛있다’를 연거푸 외쳤다.

과연 홈베이킹으로 그리워하는 소금빵 느낌이 날까 궁금해 클래스 날을 기다렸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통창에 화이트 키친이 예쁜 곳이었는데 그 분위기 만으로도 이미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뽀얀 밀가루에 재료를 하나씩 섞을 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기록했고 발효를 기다리는 중간에는 커피타임을 가지며 베이킹 기초지식과 꿀팁들을 들었는데 오랜만에 배움에 집중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빵빵하게 부푼 반죽을 동글동글 뭉쳤다가 올챙이처럼 끝을 뾰족하게 손으로 밀어준 후 다시 길게 늘렸다. 버터 조각을 넣고 동글동글 말았더니 신기하게 빵집에서 보았던 소라모양이 되었는데 처음엔 모두 뚱뚱하고 못생겨서 웃음을 터뜨렸다. 더 그럴싸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 더 얇고 길게 밀어도 보고 좀더 정성스럽게 말아보며 역시 세심함과 디테일이 들어가야 예뻐진다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달았다. 드디어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 옹기종기 오븐 앞에 모여 각자 빵 하나씩을 들고 와사삭 한입 가득 넣었다. 와… 갓 나온 빵의 따끈함과 부드러움에 옛 추억이 다시 심장을 감쌌다. 소금빵 12개를 가지고 집에 돌아온 나는 보물 찾기에서 성공한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자랑했고 놀이터에도 수영장에도 가지고 가 이웃 친구들과도 나누었다. 내일은 손 반죽으로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려 한다. 직접 만든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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