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날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후에 따듯한 옥수수차를 마시러 간이식당에 들렸다.
교회 문서출판부를 맡고 있던 집사님이 나를 보자 “로고스에 글 좀 써 내시지요” 했다.
“저는 글을 써본 적이 없는데요” “마음먹고 쓰시면 되지, 날 때부터 글 쓴 사람이 있나요?” 하며 로고스지 원고 모집의 고충을 이야기하기에 “네, 쓰겠습니다.” 고 대답했다.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할 줄 모르기에 대답은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글을 쓰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나 새벽기도회 후 만난 집사님이 ”글 쓰셨어요?” 했다. “아직 안썼는데요.” “내일 마감인데 안 쓰셨으면 어떡해요? 오늘 밤에 쓰셔서 내일 내세요”.
밤에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으나 1시간 동안 깜깜이 아무것도 못쓰고 시간만 보냈다. 언제 글을 썼었는지 생각해 보니 군대시절 전방에서 위문편지 답장 쓴 이래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고심 끝에 주제를 정하여 한 자 두 자 쓰다 보니 그런대로 글이 된 것 같아 다음 날 제출했다.
다음 주에 인쇄되어 나온 나의 글을 보니 가슴이 뛸 듯이 기뻤다. “내 글이 인쇄되어 나오다니!” 감격해 있는데 몇 분이 나를 보고 은혜로운 글 잘 읽었다며 격려했다.
간혹 로고스지에 수필을 써냈다. 글을 제출하고 나서는 부족한 글이라 다시 찾아오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격려해 주신 교우님들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다.
어느 분은 “어머니 사랑해요” 라는 글을 은혜로워 7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밸런타인 메세지” 라는 글을 매우 감동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교회에서 1년에 한 번 발간되는 등대지에도 수필과 시를 게재했다. 나중에 시와 수필도 공부했고 한국에 있는 문예지를 통해 등단도 했다.
교회에서 문서출판을 위해 봉사하는 교우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글을 쓴 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것이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은 자신의 의식을 문자로 표현해 내는 것이다.
말도 마찬가지이지만 글은 더욱 어휘를 가려서 적절하게 표현해야 한다. 특히 문학적인 글은 의식과 정서를 가급적 아름답게 표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름답게 꾸미는 데만 급급하는 것보다 올바른 의식과 정서를 진실되고 솔직하게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공감과 감동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고 또 쓰고 자주 쓰면 글을 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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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국제PEN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