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스테이시 김/노인복지센터 근무

2023-09-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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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서 찾아온 변화 1

아침이 되어 눈을 뜰 무렵 매일 찾아오는 카톡메시지가 있다. 복지센터에 출석하시는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이른 아침에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출발하라는 의미로 보내주시는 동영상 혹은 예쁜 카드인데, 어떻게 그리도 많은 내용물들을 갖고 계시는 지 놀라울 따름. 사소한 듯 그러나 깊은 정성에 차곡차곡 정이 쌓인다. “매일매일 별일없이 산다는게 큰 행복입니다. 겸손은 고개를 숙이는게 아니라 마음을 숙이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변함없는 마음입니다. 마음 따뜻한 당신이 있어 생각만해도 행복합니다” 기타 등등.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내던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고, 웬일이세요? 그녀는 친구가 타주로 이사를 가는데 차량 운반을 돕는 중 생각이 나길래 전화를 했다면서, 잠깐 근간의 일상을 함께 나누었다. 몸이 아픈 친구가 캔자스주에서 새로운 영적체험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게 되어 이주를 결정했는데, 그 친구를 도울 목적으로 캘리포니아로부터 운전을 이틀째 하고 있음에도 피곤함은 커녕 즐겁다고 했다. 아울러 유명대학을 졸업한 건 아니라해도 별탈없이 자란 자녀와 손주들에 대한 감사가 넘쳐 요즘 넉넉한 편안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 난 그 소식을 들음 자체로도 그녀에게 감사하다 전했다.

사실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것에 제한적임을 깨닫는다. 꼭 할 일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집에 있는걸 선호하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실제로 사람과 소통하는 폭도 좁아지고 있는 듯하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실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오해가 야기되는지라 의도적인 움츠러듦이 시작된걸까. 혹은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고 그것이 내 육체의 쇠약해짐과 맞닿아 이젠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안으로만 집착하게 되는 건 아닐지. 화장도 안하고 맨 얼굴로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더 이상 밖으로의 외출을 피하고 싶은걸 지도 모른다. 누가 밥을 먹자고 해도 심드렁하니 사양하기 일쑤이고, 영화를 보러 나가자는 제안에도 도리질을 한다. 그냥 혼자 집에서 널널한 게 좋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한가지 모습으로 살긴 어렵다. 혼자만의 자유가 아름다운거라고 우길 수 없으니까. 그냥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으로 사그러진 모습이 아닌 예전에 비해 활동의 범위가 좁아진 탓이라고 여기고 싶다. 작은 것들을 함께 나누는 행복이 귀하다 여겨진다. 이제는 안부 문자에 답장을 자주하고, 내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보다 내가 먼저 안부전화를 하면서 스스로에 갇힌 내 영혼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을 떠나 변화된 환경을 마주하면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Maybe or maybe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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