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은 36년에 걸친 일제강점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은 뒤 이은 분단으로 상쇄되었고, 1950년부터 3년에 걸친 한국전쟁으로 남북의 주민 모두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전쟁이후에도 남북은 적대적 갈등구조를 지속하면서 분단의 문제는 확대 재생산되어 왔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산가족 문제이다.
한국전쟁을 통하여 생이별을 하게 된 남북의 이산가족은 1천만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산가족의 정확한 규모는 어떻게 이산가족을 정의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북 이산가족을 이산 사유·경위를 불문하고 현재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이북지역으로 흩어져 있는 8촌 이내의 친인척과 배우자 및 배우자였던 자’로 정의하고 있다.
현행법은 분단이전에 헤어진 경우나 휴전이후의 경우도 이산가족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시에는 이산가족의 범위를 현행법보다 일반적으로 넓게 잡고 있는데 9촌 이상의 먼 친인척 또는 친인척의 배우자나 해외 거주하는 친인척도 상봉 대상자가 동의할 경우 상봉사업의 대상이다. 이산가족은 주로 한국전쟁 과정에서 발생하였는데 북에서 남으로 이주한 집단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전쟁을 전후해서 자진해서 월북한 사람, 전시납북자를 포함한 강제월북자 및 국군포로 가운데 휴전에 따른 포로송환에 누락되어 귀환하지 못하고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도 이산가족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휴전이후 이산가족에는 3만명이 넘는 탈북민이나 납북자 등의 가족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휴전이후 자진해서 월북한 사람의 가족도 이산가족 상봉 사업의 대상이 된다.
이산가족의 대부분은 남북한에 거주하고 있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민족 수난사를 겪으면서 해외로 이주한 민족구성원이 적지 않은 까닭에 해외에 거주하는 이산가족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규모는 170여 개국에 72만 정도라고 간주하고 있을 정도로 민족단위로 보면 세계 상위권에 해당한다. 재외동포 이주의 역사는 150년에 달한다고 보고 있으며, 만주와 러시아 등 한반도 인접지역에서 일본과 미주에 이르기까지 이주 지역도 광범위하다.
이주의 배경과 원인은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남북분단에서 초래된 이산가족의 존재와 고통은 남북한 거주민이나 해외동포나 다를 바가 없다 보아야 할 것이다. 2023년 7월 현재 이산가족상봉을 신청한 인원 133,682명 가운데 해외거주 인원은 1,187명으로 전체의 2.9%이나 이는 신청인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 동안 해외거주 이산가족들도 공식적인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하였고, 비공식적으로 제3국을 통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 경우도 있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일부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간 추진할 제4차 「남북 이산가족 교류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해외이산가족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올해는 8월부터 10월말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시는 모든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모든 이산가족(통일부나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신청 여부에 상관없이) 통일부 남북이산가족찾기 홈페이지(reunion.unikorea.go.kr)에 접속하여 실태조사에 참가할 수 있다.
정확한 규모와 상관없이 이산가족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개인과 가족의 고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도적 문제라는 점이다. 가족과 더불어 살지는 못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안부나 생사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사실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좌절시키는 비인도적인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남북한의 헌법이나 세계인권선언은 가정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보호 및 가족이 함께 살 권리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산가족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도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남북의 대치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들은 각기 내부에서 사회적인 차별과 억압이라는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했던 남한에서도 1980년 개정 헌법에서 연좌제가 금지되었음에도 1990년대 말까지 억울한 사회적 피해를 입었으며, 북한에서는 신분제를 통하여 월남자 가족을 적대집단으로 간주하고 정치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을 지속하여왔다.
따라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당사자들의 인간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지만 동시에 분단으로 파생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차적으로 시급한 것은 1세대 이산가족들이 더 이상 사망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상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생사확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현실을 알게 해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와 더불어 이산가족에서 파생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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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 / 북한대학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