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둥지를 떠나 바다로 뛰어든 첫날 레오파드 바다표범을 만난 킹펭귄이 공포에 반응한 후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킹펭귄은 두려움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포식자를 만난 그날의 바닷속 위치, 풍경, 냄새 등과 연관 지어 인식할 것이다.
강렬한 공포야말로 위대한 스승인 셈이다. 두려움을 통해 학습한 잊지 못할 교훈은 신경계에 각인되어 평생 기억에 남는다. 나아가 킹펭귄이 레오파드 바다표범에게서 처음 도주하는 데 성공한다면 두 번째, 네 번째, 마흔 네 번째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선임 연구원 필 트라탄에 따르면 ”팽귄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어 더욱 안전해진다.“ 바로 이것이 핵심이다. 아슬아슬한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바버라 호로위츠의 ‘Wildhood’ 중에서)
위기상황에서 야기된 두려움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새로운 창조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 탄생하고, 새로운 도약은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오늘의 혼돈에서 나올 때가 많다. 자연생태계에 나타나는 위기상황을 보라. 홍수는 굳어진 대지를 자극하여 미래의 식량증대에 도움을 주며, 허리케인과 태풍이 바닷물을 뒤집어 놓아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시킨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긴박한 두려움이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놀라운 에너지가 되어 우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인격은 편하고 조용하게 개발되지 않는다. 두려움과 고난과 시행착오를 통과하면서 영혼은 강해지고, 비전이 명확해지며, 야망이 불타고 성공이 이루어진다.” 그렇다. 하나님의 축복은 고난을 가장하고 두려움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독일의 한 작은 마을 아이슬레벤에서 태어났다. 루터가 19세가 된 1505년 6월 2일에 운명을 바꿀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부모를 만난 후 친구와 함께 대학교로 돌아가는 중, 슈토테른하임(Stotternheim)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폭풍우를 동반한 벼락이 내려쳤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그 벼락에 맞아 쓰러져 사망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함께 걷던 친구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루터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인간의 생명이 별것 아니라는 허망한 생각이 루터의 내면을 사로잡았다. 루터는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엎드려졌다. 외마디로 부르짖었다. “하나님, 저를 지켜 주세요! 저를 지켜주신다면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기숙사로 돌아온 루터는 서원한대로 법률 공부를 접고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도사가 되었고, 후에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종교개혁의 리더가 되었다. 갑자기 불어 닥친 두려움이 루터의 진로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두려움이 그가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믿음의 초석이 되었다. 그 후에도 루터는 두려움의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루터는 시편을 묵상하면서 하나님만 의지하는 믿음을 강화해 나갔다. 특히 시편 46편은 루터가 가장 사랑한 믿음의 시편으로 유명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오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뒤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셀라).”
두려움은 그 자체로는 유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와 광에너지를 만난 포도나무 이파리가 엄청난 산소를 방출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지닌 존재가 예수를 만나면 그 존재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두려움이 위대한 스승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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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