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병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섭습니다. 밤에도, 낮에도, 여자도, 남자도, 으아아아아, 잠자기가 무서워, 일어나기가 무서워,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 집에 있는 것도 무서워, 파라노이아!……”
록 가수 한대수의 ‘파라노이아’ 가사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고립과 불신과 갈등이 심해지며 분노조절장애 환자와 분열형 조울증 환자에 의한 사고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으로 현대인의 분노 폭발은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피해망상 증세들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모욕하며 궁극적으로는 없애려고 시도한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고 분노하며 자기 나름대로 이에 대처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망상, 환청, 환각증세로 사람들이 수군대며 자기가 지나갈 때 비웃고 욕한다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자기에게 안 좋은 것을 준다고, 전파나 방사능을 쏘아 통증을 유발하고, 음식이나 물에 독약을 타서 해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심하면 부모 및 친지, 의사마저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를 해치려는 사람이 한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며 강력한 힘을 가진 단체(FBI, 첩보단, 마피아, 마귀, 우주인 등)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낮에도 커튼을 치고 숨어있는 경우, 자기를 미행하는 자동차 번호를 적어서 여러 번 경찰에 보고하는 경우, 카펫이나 집안에 화학약품이 뿌려져있다며 미정보부에 조사를 요청하는 경우 등 다양한 형태로 반응한다.
이런 피해망상증은 극심한 위협이나 트라우마나 약물중독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천성 정신질환의 하나다. 조울증 환자에게서 추가로 정신착란 증세들 즉 과대망상, 관계망상, 환청 환시 환각증세를 동반하거나, 정신분열증의 피해망상 형으로 나타날 때 더 폭력적이 된다. 이러한 피해망상은 항정신제인 레스피돌이나 올란제핀 크로자릴 같은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도 전형적인 피해망상과 관계망상 분열증을 가진 질환자의 병적행동으로 보인다. 24시간 감시당하고 욕설을 듣고, 조롱당하고, 죽이려는 위협과 공포 속에서 최후의 자기방어로 적을 무찌를 수밖에 없다고 느낀 그가 감행한 사고로, 결국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열세명의 부상자가 났다. 이 환자는 감옥의 정신병동에 가든지 형사적 벌을 받을 것이다. 폭력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미연에 찾아서 계속 치료를 받게 하는 법적 제도 및 치료를 위한 경제지원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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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