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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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대의 지속은 적절치 않다

2023-08-13 (일)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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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에 위치한 비정부 기구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의 2021년 ‘세계자유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쇠퇴가 급격히 가속화되었다. 이들의 측정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단지 1/5 미만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권위주의 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쿠데타 아니라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 정당에서 출현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이후 정치적 전환을 경험한 많은 국가에서 지난 30년 동안 취약한 민주제도 및 정치조직,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몰고 온 산물이 ‘권위주의’ (authoritarianism)체제를 불러들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위주의는 민주주의와 대조되는 독재 정부체제다. 중앙집중화된 권력을 특징으로 하는 정부형태로 강압·공포·억압을 사용하여 독단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또는 독일의 나치즘은 권위주의의 변형된 특정 유형이다. 권위주의 지도자는 종종 그들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자신을 기존 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과 그 지지자들을 골치거리 정치세력으로 몰아 괴롭히고, 억압 메커니즘을 사용하여 언론을 적극적으로 길들인다. 더욱 소름 돋는 일은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외양을 미묘하게 유지하 면서 선한 이미지 독재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해 요즘 많은 국가들이 2016년 이후 극우 포퓰리즘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 사례를 뽑으면 극우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자행된 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선동으로 극렬 지지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국의 ‘의회난입사태·대선전복 시도’이다. 브렉시트는 참담한 실패작으로 드러났지만 포퓰리즘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또한 트럼프에 의해 민주주의가 살짝 훼손되었지만 트럼프의 잇단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높은 여론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 역시 보수정당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급속히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 윤석열 정치를 보면 권위주의와 파시즘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생학·인종주의·팽창주의 말고는 파시즘과의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없다. 외형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권위주의 독재 형태를 띄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에서 대승하기 위해 언론을 표적으로 삼고있다. 내년 선거를 그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서이다. 현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는 비판 공영 TV 채널과 신문을 반드시 손을 봐야만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기 위해 언론 통제와 방송 탄압 기술자 이동관 시즌2 시나리오를 선보이는 이유이다.

총선 승리의 궁극적 목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행정부 권력을 강화하는데 있다. 행정부 확대는 선출된 공직자가 자신의 독단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한 일련의 제도적 변화를 단행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뉴스가 우리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고 있다. 잇단 재난사고·경기침체·정치적 마비에 시달리는 시민들 은 정당이 매일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방식에 불만이 커졌다.

사람들은 몰상식·불공정·불의를 해결 하지 못한 무능함의 정치에 실망을 느끼고 있다. 권위주위자들이 독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의 적나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행정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공익을 가장한 권력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마구 휘두르며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에 바쁘다. 선출직·지명직 공직자들은 돈을 버는 데에 혈안이 되어 염치도 부끄러움도 모른다. 국민 세금을 자기 호주머니 돈 인양 마구 써대고 유용하는데 기를 쓰고 달려든다.

왜 극단적인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인을 지지할까? 이들이 속는 것은 속고 싶어서 속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공급문제 보다 훨씬 더 수요문제에 기인한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무슨 기이한 행동을 하건 간에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덮어놓고 막무가내 추종한다.
애초에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독재에 오랜 세월 동안 길들여져 무기력한 패배주의 청춘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참혹한 선거 결과에 우리는 뼈아픈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그들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제거·미디어조작·강압 적통치 전술을 사용하여 민주제도에 대한 절도 이정표를 실행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초당적 타협이 불가능하다. 야당을 정당한 견제의 야당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한 행위자가 민주주의 제도를 해체하려고 시도하고 다른 행위자가 적절한 방어를 결집하지 못할 때 독재가 된다.

국민의힘당은 여전히 권위주의의 소굴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치를 극우·극좌가 아닌 합리적인 중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더 많은 좌·우 온건파를 내년 총선에서 선출해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지속은 적절치 않다.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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