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새은/가정주부

2023-08-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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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과 경쟁력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행 한번 가볼까?’ 톡 던져지는 설렘의 진동부터 여행지를 정하는 고민, 특색 있는 식당들을 검색하는 시간을 즐긴다. 아이의 방학기간이나 빨간 날이 붙어있는 날이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어디를 갈까 궁리하곤 했다. 모든 부모가 거치는 과정이겠지만 아이와의 여행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맛집보다는 널찍하고 하이체어 놓기 편한 곳을, 최대한 빼곡히 넣었던 일정은 하루에 한 두 개가 적당했다. 사실 가장 크게 변한 건 낯선 지역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다. 핫플레이스와 쇼핑리스트 보다는 새로이 방문한 지역의 분위기와 집 모양, 사람들의 표정들을 관찰한다. 더 꼬집어 말하자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인지 다른 나라, 지역의 부모들은 어떤 교육을 시킬까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지난주 우리의 여행지는 캐나다 밴쿠버와 시애틀이었다. 캐나다로 이주해 살고 있는 대학선배를 만나기 위해 밴쿠버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코퀴틀람에 에어비앤비를 잡고 선배를 따라 산으로 호수로 여유로운 여행을 했다. 아침부터 Buntzen 호수에 자리를 잡고 해가 질 때까지 패들 보트를 타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데 한없이 평화로웠다.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가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밴쿠버 일정 후 시애틀 벨뷰라는 도시에 머물렀는데 벨뷰는 마이크로소프트, 티 모바일 같은 대기업 본사들이 있고 고층빌딩으로 빽빽한 상업지구로 한국의 강남이 떠오르는 곳이었다. 고급스러운 건물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한적하게 살고 싶다는 캐나다에서의 마음은 오간데 없이 우리 아이는 한 분야를 이끄는 기업의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삶과 교육에 관해서는 마음이 이리저리 많이도 흔들린다. 최근 친구와 학군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친구는 자신의 아이는 경쟁이 너무 심한 곳에서 공부시키기 싫다는 이야기를 했다. 숨막히는 입시전쟁은 나도 싫기에 남편에게 “아이들이 경쟁 없이 살면 행복할까?” 물었더니 남편은 단호하게 “경쟁력을 갖춰야지”라고 대답했다. 경쟁과 경쟁력.. 한 글자 차이로 다른 방향성을 갖게 한다.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아 명문대에 가는 것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사실 나는 부모로서 어떤 철학으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아이의 경쟁력이 키워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이번 여행은 보고 싶었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고 각자 다른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어떤 모습이든 ‘잘’ 살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는 경쟁력 있는 부모이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돌쟁이 아가와 에너지 넘치는 첫째와 온 하루를 보낼 때면 고될 때도 있지만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주는 여행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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