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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양자경과 김윤진

2023-08-0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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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자경(60)이 전 페라리 CEO 장 토드(77)와 7월27일 결혼식을 올렸다. 프로포즈 받은 지 19년, 청혼 6,992일만이었다.

연인에서 남편이 된 토트는 현재 77세로 양자경과는 17살 차이다. 장 토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페라리 CEO,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자동차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양자경은 30일 올린 자신의 SNS 계정에 결혼사진을 공개하면서 ‘19년, 그리고 예스. 우리는 결혼했다.

그동안 사랑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재미있는 사진은 침대 머리맡에 앉은 커플 앞에 흰색 옷인지 타올인지를 동그랗게 말아올린 원앙새 모양과 하트 모양 꽃잎이다.


양자경이 동양인 최초의 본드걸로 나온 영화 ‘007 네버다이’(1997)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 하여 주인공 피어스 브로서넌 얼굴을 토드로 바꾸고 양자경은 뒷자리에 탄 엽서는 우습기도 하다. 영화 제목을 따라 ‘사랑은 죽지 않는다(Love Never Dies)’ 라는 문구를 넣었다.

아, 이들은 주어진 삶을 한껏 누리면서 결혼식 자체도 즐기고 있구나 했다. 이들에겐 언제 결혼하든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출신 홍콩 배우 양자경은 ‘와호장룡’, ‘폴리스 스토리3’, ‘예스마담’ 등 19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3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여성 여러분은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말라. 여러분은 아직 황금기가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1.5세 배우 김윤진 얘기를 해보자. 1996년 MBC드라마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 최재성의 여동생역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당시 그녀를 맨하탄 32가 한인타운 커피샵에서 인터뷰 했었다.

스태튼 아일랜드에 살면서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로 통학하던 시절,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버스, 오렌지색 사우스 페리, 다시 전철을 타고 66가 학교까지 가는데 두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하루 4시간을 통학으로 보내면서도 연기공부가 즐거워 힘들다는 생각이 안들었다고 했다. 새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씩씩하고 약간 굵은 목소리로 한국말을 잘해서 놀랐고 예의가 얼마나 바른지 또 놀랐다.

이후 그녀는 영화 ‘쉬리’(99년, 강제규 감독)의 북한 특수8군단 여전사 이방희역으로 나와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밀애’의 미흔역으로 2002년 청룡영화상 주연여우상을 움켜쥔 다음해인 2003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LA 할리웃으로 갔다. ‘아주 어릴 때부터의 꿈은 단 하나, 미국에서 배우 활동을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신인의 자세로 많은 오디션을 거쳐 ABC 드라마 ‘로스트(Lost)’의 한인 선 역으로 성공, 2007년 한인여성 최초로 골든 글로브상 후보로 레드카펫에 섰다.
최초로 할리웃 진출에 성공한 한국배우 김윤진 역시 양자경처럼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꿈을 향해 겁 없이 도전한 것이다.


2007년 출간된 자서전 ‘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를 보면 고등학교의 연기 선생의 “어차피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버릴 수는 없어. 그렇다면 답은 하나, 어떤 백인 배우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배우가 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진심을 다해 노력하자.”는 결심이 잘 드러나 있다.

2010년 오랜기간 같이 일해 온 박정혁 매니저와 결혼하였고 작년에는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김홍선 감독)에서 경찰측 협상가 선우진 역으로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작년 6월 방영 3일만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었다.

김윤진이 혼자 고군분투하여 할리웃에 진출했을 때보다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한국 영화시장이 커졌고 각종 K콘텐츠가 전세계에서 각광 받고 있다.

김윤진의 나이 이제 겨우 49세, 그녀의 근성과 투지, 열정에 지금도 운동 열심히 하고 연기의 칼을 갈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양자경, 장 토드 부부가 지금이 황금기인 것처럼 김윤진에게도 조만간 아카데미상 레드카펫에 서는 황금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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