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스테이시 김/노인복지센터 근무

2023-08-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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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삶을 기다린다

문득 예순을 서너해 넘긴 노년의 내 얼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스무살을 제법 지난 무렵의 결혼할 당시 모습과의 차이는 당연한 것일 테지만, 과연 인생 후반부에 들어선 지금의 얼굴이 내가 전부터 바라던 모습일까 하는 것 말이다. 굳이 공자의 이순(耳順)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을 갖추고 삶을 순하고 넉넉하게 바라보는 얼굴일까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철없고 무모한 시절은 이제 내 것이 아니고, 요즘 백세시대라고는 하지만 언제 내가 하늘의 부름을 받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시기에 들어선 것만은 틀림없어서 정말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 태어나 치열한 경쟁과 비교를 당연시하던 시대를 살았다.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이민와서 새로운 땅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거침없이 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셋을 낳아 기르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없이 살았다. 어차피 이민 1세대는 이 땅에 안정적인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몸부림이 우선이다. 꿈을 펼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40년의 기간을 이방인으로 살았다. 지금 역시 주류사회에 비교하면 이방인 혹은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것에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테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내 아이들이 벌써 세대교체를 이어가고 있음이 자명하고 나 또한 미국 문화에 많은 부분 동화되어 더 이상 미국이 남의 나라라는 느낌없이 일상을 살고 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구상에 거하는 인구의 수가 2023년 유엔 추정치로 80.5억명이라는데. 다양한 인종과 언어, 그에 따르는 문화와 생활방식을 두고서 옳고 그름은 의미가 없다. 내게 익숙하지 않거나 혹은 전혀 다른것이라 해도 그것의 가치와 존중을 우선 고려하는 것. 그럼으로써 나를 둘러싼 주변환경에서 얼만큼 평화로운 삶, 어우러진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리고 남을 인정하고 나 또한 인정받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과 비교해 거의 두배에 가까운 시간을 이곳 미국 땅에서 살고 있는 지금. 21세기 최첨단 미국에서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갈 노년의 삶은 어떠할 지를 두고 이제 석달간 ‘여성의 창’을 빌미로 일상 생활에서의 나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출발한다. 빛나는 노년의 라이프를 기대하며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할 지를 조근조근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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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김씨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사회사업학을 공부했다. 현재 노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하며 노년의 삶을 앞당겨 체험하고 준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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