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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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2023-07-29 (토) 박치우 / 복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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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방송에서 어느 남자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 내용이 여느 노래와 달리 가슴에 와닿아 곡명을 보니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김광석의 노래라고 하기에 더 찾아보니 이 노래가 인생의 여정과 황혼의 회한을 담은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곡과 가사가 숱한 시청자를 가슴으로 흐느끼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노래는 가수 겸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작곡 작사한 것이라고 밝힌다.

가수 김목경이 6년간 영국 유학할 때 숙소 옆집에 영국인 노부부가 살았다. 한 달에 한 번쯤 방문하는 아들과 손자를 배웅하고 나서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창문 밖으로 가끔 내다보며 부모님 생각이 났다고 한다. 향수병에 걸렸을 때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이하 생략)”


인생 노후 다시 생각할 것 중에 늙었다고 끝이 아닌 것이 기운만 젊은 시절과 다를 뿐 정신은 그대로 맑지 않나 한다. 인생 노후에 어떤 이유에선 사랑이 망가져서 잘 살아왔던 인생이 참혹해지는 수가 있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면 남편이나 아내를 먼저 떠내 보내고 외로워지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청각 또는 시각장애로 인해 부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각 장애로 언성을 높이면 화를 내는 줄로 오해하고 사이가 차차 멀어지면서 사소한 문제를 갖고도 싸움이 잦아진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상대가 가엾게 느껴질 때는 웬만한 잘못 같은 것은 포용하게 되고 오히려 먼저 슬퍼서 눈물까지 날 때도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사랑이 다시 싹이 트기도 한다고들 한다. 이렇게 상대가 가엾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노래 가사도 황혼을 새삼 깨닫고 슬프게 느끼게 하여 다시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박치우 / 복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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