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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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의 미학

2023-07-22 (토)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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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아주에 마르디 벨이라는 여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피아노가 없어서 당시 미국 최고 부자인 헨리 포드에게 피아노를 사고 싶다며 1,000달러만 도와달라는 간절한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받은 포드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연으로 돈을 부탁해서 들어주었는데 돈을 받아간 다음에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10센트만 보내주었습니다. 1,000달러를 부탁했는데 1달러도 아니고 10센트만 보냈으니 선생님은 얼마나 실망했을까? 생각하고 있던 포드는 선생님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진심어린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 10센트로 땅콩을 사서 운동장 구석에 심었습니다. 첫해에는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다음해에는 더 많은 씨를 뿌릴 수 있었고 또 다음해에는 더욱 많은 수확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5년이 지났을 땐 땅콩 수확한 수익금으로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피아노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포드에게 다시 피아노를 구입하게 된 사연을 담은 감사편지를 썼습니다. 포드는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기뻐서 이번엔 처음 부탁한 1,000달러의 10배나 되는 1만 달러를 보내주면서 편지에는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내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10센트를 받고 불평과 불만을 심은 것이 아니라 ‘감사’라고 하는 땅콩 씨앗을 심은 것이었습니다. 소는 소를 낳고, 양은 양을 낳듯, 불평은 불평을 낳고, 원망은 원망을 낳지만 감사는 감사를 낳습니다. 부부 관계도 그렇습니다. 남편이 사업이 잘되어 돈을 잘 벌어 올 때만 내 남편이고 사업이 부진하여 힘들 땐 남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감싸주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부부란 촌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사이가 좋을 땐 일심동체라고 하여 무촌이고, 헤어지면 남남이 되기 때문에 무촌인 것입니다.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란 젊은 시절엔 연인이었고, 중년엔 친구며, 노년엔 간호사가 됩니다. 서로가 “나는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었습니다” 말해줄 수 있는 그런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당신을 돌았다고 해도 “아니에요, 당신 돌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내 편인 한사람, 그게 당신이어야 합니다.

부부란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 같은 존재 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또 다른 내 모습이며 그건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어떻게 대했는가의 역사적 기록입니다. 내가 환하게 웃고 있으면 당신도 웃고, 내가 화난 얼굴을 하면 당신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의 예쁜 모습이 보고 싶을 땐 내가 먼저 웃는 모습을 보여주어야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 부부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는 배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기찻길처럼 평행선이 좋습니다. 각도가 좁아지면 엇갈리게 되고 벌어지면 서로 멀어지는 관계가 됩니다. 지구상에는 대략 80억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 딱 한사람 그게 바로 당신입니다. 나에겐 가장 귀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원래 부부란 반쪽과 다른 반쪽의 만남이란 말이 있듯이 외눈박이 물고기는 둘이 함께 있을 때만 양쪽을 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서로 한쪽 다리를 묶고 달리기를 할 때처럼 호흡을 맞춰가며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나아가야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 모든 사람이 처음 가보는 인생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부부란 그 길에 자식이라는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많은 부부들이 이세상 떠날 때 혼자 남을 반쪽을 바라보며 좀 더 잘해 주었어야했는데… 라고 아쉬워하며 떠납니다. 떠날 때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 오직 지금 잘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마르디 벨 선생님처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그것이 아름답게 사는 부부관계의 미학입니다. “Thank you for being with you!”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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