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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언제 살아나나

2023-07-19 (수)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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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예상 밖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주요국 가운데 가장 늦은 팬데믹 해제령이 발동됐을 때만 해도 급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그런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무너졌을 때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당시의 중국 모습과는 딴판인 것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GDP)만 봐도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전년 대비 6.3% 성장했는데 높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기대치였던 7.3%를 1% 포인트나 하회했다. 작년 2분기가 지독히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저 효과로 크게 상승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경제가 부진한 만큼 시장 상황도 미국과 딴판이다.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작년 9%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후 지금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도 큰 문제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가 부진해도 중국이 살아나면서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끌고 그 다음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회복되는 방식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분석이 많았다. 이후 다시 경제의 온기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중국-유럽-미국 순의 회복 기대감이었던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 못했는데 2년 연속 실패한다면 올해 관례를 깨고 재집권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한 청년 실업률 문제를 생각하면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의 악몽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돈을 풀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금리라고 할 수 있는 대출우대금리(LPR)을 20개월 만에 0.1% 포인트 내렸다. 지금은 위안화 환율 문제 탓에 조절하면서 금리 정책을 쓰고 있지만 향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가 기준 금리를 확실히 동결하는 시그널을 보이면 위안화 약세 우려가 사라지는 만큼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회복이다.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인 두 국가가 으르렁대는 것은 글로벌 경제는 물론이고 양국 경제에도 좋지 않다. 최근 들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연속해서 중국을 찾는 등 관계 회복 시그널이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 철폐를 기대해볼 만하다. 현재 미국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대중국 관세는 전 정권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된 조치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삭제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여기에 더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외교 문제 해결사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 대중국 관세가 폐지될 경우 공산품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품들의 가격이 떨어져 미국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미국 국무부가 여행 공지 사항에서 대만을 지칭했던 ‘국가’(country)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양안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대중 관계 회복을 의미하는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중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미중 관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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