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1949년 6월 8일 발간된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년’에서 예측한 빅 브라더의 시대보다 더 심오하고 오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셀폰부터 찾아 새로 뜬 뉴스나 유튜브를 통한 정보를 접한다.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 넷플릭스, 음식주문 앱에 모바일 결재에 배달 서비스 등등을 수시이용한다.
집안은 물론 현관, 정원, 길가, 도로 어디에나 CCTV가 널려있다. 운전시 머리 위의 인공위성이 길을 알려주고 길을 잘못 가면 새길을 제시하며 나의 신상정보가 생전 모르던 남에게 흘러간다. 세계각국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선보이고 있고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데이터의 폭발적 성장에 실시간 분석되는 기술의 발달은 사생활 침해라는 불편함을 동시에 주고있다.
소설 ‘1984’는 책이 발간된 해로부터 35년 뒤의 세상을 무대로 전체주의 독재국가 오세아니아의 당 중간계급자 윈스턴 스미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24시간 송수신이 가능한 감시기구인 텔레스크린은 오늘날 CCTV와 같다. 텔레스크린은 숨죽인 속삭임을 넘어서 모든 소리를 낱낱이 포착한다.
오세아니아의 런던 곳곳에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이라고 적혀있다. 빅 브라더는 당의 지도자, 초월적인 권력의 소유자로 사람들 앞에서는 모습과 음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윈스턴은 과거의 기록물을 수정, 즉 역사를 조작하는 일을 한다. 귀가한 그는 텔레스크린의 감시가 닿지않는 구석에서 금지된 공책에 일기를 적기 시작한다. 지도자와 당의 독재에 대한 반감을 지닌 그는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 줄리아를 만나 밀회를 갖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안전한 방이라고 믿었던 방에서 액자가 떨어지면서 액자가 걸렸던 벽에 텔레스크린이 나타난다. 결국 감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상경찰에게 끌려가서 고문과 교화 끝에 다시 당원으로 돌아오지만 완전 세뇌당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앨런 큐링은 독일군 암호 시스템을 해독하려고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식 컴퓨터를 제작했다. 그리고, 1976년,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 IBM의 컴퓨터가 출시됐다.
1984년 1월1일 새벽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년~2006년)은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 연결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발표했다.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인공위성을 이용한 최초의 전세계 생중계였다. 소설 ‘1984년’ 속의 빅 브라더를 TV로 대입한 것이다.
“조지 오웰, 당신이 예측한 억압과 광기의 미래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재 잘 살고있다. 텔레비전은 당신 상상처럼 텔레스크린이 되지 않을 것이며 인류문명에 기여할 것”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 10년 후인 1994년, 넷스케이프에 의해 인터넷이 세상 한복판으로 튀어나왔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구글을 비롯 기업들이 검색엔진,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서비스를 제공했고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했다. 2010년부터 전화, 문자, 이메일, 메신저 등 SNS 시대가 왔다.
소설 ‘1984’ 가 컴퓨터가 나오기 전에 얼마나 날카롭게 지금의 시대를 예언했던지 지금도 이 소설은 인기가 좋다.
2013년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이 전세계를 감시 중이며 1년 960건 정보를 인터넷에서 입수한다‘고 폭로하자 이 해에 소설 ‘1984’ 판매율이 90% 급증했다. 또 2022년 러시아에서 소설 ‘1984’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가의 감시와 시민 탄압, 전쟁 미화라는 군국주의 분위기가 소설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백남준이 살아있다면(91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주도하려고 하는 현재를 다룬 새 작품 ‘2023,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다시 발표하지 않을까. “미스터 오웰, 당신이 예측한 미래는 맞소. 우리는 잘 살고 있지 않소.” 하고 하소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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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