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거라지(Garage)에서 첫 온라인 독서모임을 주최했다. 미국과 한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새벽 시간에 온라인으로 만났다. 문제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할 공간이었다. 1시간 가량 앉아있을 책상이 필요했다. 그간 내 책상은 주로 식탁이었다가, 주방 아일랜드 식탁이기도 하고, 화장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모임은 내가 주최하는 것인 만큼 정해진 시간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방문이 달린 정말 ‘내 공간’이 필요했다.
거라지는 남편과 아이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처음에는 집 근처 카페라도 나가서 모임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린 둘째 딸이 잠에서 깨어 급하게 엄마를 찾거나, 긴급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집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았다. 거라지는 집과 분리되어 있지만, 또 문을 열면 바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완벽한 공간이 있었는데, 나는 왜 진작 여기를 활용하지 못했을까.
그건 그 동안 내가 나만의 공간을 ‘사치’라고 치부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공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알파벳을 더듬거리다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고, 쓸 수 있게 되고,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데, 나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지시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삶 자체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나는 책상이라는 물성, 그 책상이 놓여질 공간을 집에 할애하여, 내가 내 자신의 성장에도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싶어 졌다.
애플과 구글의 첫 발걸음 역시 거라지 였다고 한다. 거라지는 자유롭게 창업을 구상할 수 있게 하는 실리콘밸리 IT기업의 요람이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산호세 지역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면, 각 집 거라지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이드(Side) 프로젝트'를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다. 거라지를 재택근무 사무실로 활용하는 집, 밴드활동을 하는 집, 네온사인과 스탠딩 테이블을 두고 펍으로 꾸민 집 등 다양한 취미활동이 거라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 쓰는 물건을 쌓아 두는 여분의 공간, 그 잉여로운 공간이 새로운 창조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어두운 거라지 안에서 어슴푸레한 전구 불빛에 기대어, 멈춰 있던 나의 성장점을 찾고 싶다. 철 지난 이불과 신발, 작아진 의자와 쟁여 둔 식료품 사이에서 ‘엄마’ 이외에 나의 쓸모가 어디에 있을지 탐구해보는 사치를 누려보고자 한다. 해야만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뭐든지 할 수 있는 빈 공간, 거라지가 잊혀진 나를 되찾는 요람 같은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