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은 내가 미국에 온 생일날이다. 이민생활 50여년이 되어간다. 특히 미국에 온 탈북형제자매들과 함께 한 지 20년이다.
1998년 한국에서 탈북민들을 위한 사단법인 두리하나가 생긴 지 5년 후인 2003년부터 두리하나USA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탈북형제자매들은 모두 나의 가족이 되었다.
다음은 탈북형제자매들 중 맏딸 에스더가 보내온 편지이다. 혼자 읽기 아까워 공개한다.
사랑하는 어머니, 오랜만에 어머니께 저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려니까 왠지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지난 5월 중순경에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셔서 수요기도회에 못나오셨을 때에 비록 저희집 마루가 넓지는 않았지만 탈북형제자매들을 다 우리집에 모이게 하고 집사님, 권사님께도 전화를드려서 모시고 제 음식 솜씨를 한껏 발휘하였습니다.
제가 매일 즐겨 부르는 찬송과 매일 새벽마다 읽는 성경말씀을 찾아서 다같이 부르고 읽었습니다.
지난날 슬펐던 북한에서의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늦은밤에 다 돌아갔습니다. 그날 어머님이 안계셨지만 우리 모두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서 합심기도 드리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어머니께서 늘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철진이가 2023년 1월부터 술과 담배를 똑소리가 나게 끊었답니다. 지금은 담배 냄새, 술 냄새 곁에도 가기 싫어졌답니다. 어머니 기뻐하세요. 직장에도 열심히 나가 일하고 있습니다.
숙향이도 교회 유년주일교사로 뽑혔어요. 아이들을 사랑하며 돌봐주겠답니다. 직장도 한 등급 올라가서 주급도 많아졌다고 저에게 자랑했어요. 미향이도 자기네 교회에서 토요일 새벽마다 전도팀에 들어가서 대원들과 전도지를 다 돌리고 직장으로 달려간답니다. 토요일 하루는 수퍼마켓 캐쉬어로 일을 하고 주 5일은 간호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는 딸입니다.
한철이는 자기네 교회 단기선교팀에 가담하여 열심히 훈련을 받고 며칠 있으면 방글라데시로 선교를 떠난답니다. 이번 학교 성적도 1등을 했다고 어머니께 자랑하래요. 또 인희는 교회 성경 암송대회에서 1등을 하여 상을 받고 교회 목사님과 여러 어른들께 칭찬을 많이 받았답니다.
어머니 저도 한 번 자랑을 할게요. 제가 벌써 결혼한지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우리 부부가 직장생활과 가정일과 아기를 기르느라고 주님의 일을 별로 하지 못했어도 교회에서는 저희 부부를 집사로 임명하셨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토요일 새벽마다 샌드위치 100개와 커피를 끓여서 퀸즈 노던블러바드 상가들 앞에서 서성이는 남미사람들에게 전도지와 함께 나눠줍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저희 자신도 잘모르지만 늘 기쁘게 돌아와서 일터로 나가지요. 제가 자랑하는 모든 일들이 이미 알고계시는 일이지만 우리 탈북형제자매들이 신앙생활, 봉사생활, 믿음생활 하는 것을 제일 기뻐하시겠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아참, 한 가지 깜박한 것이 있어요. 우리가 모였던 그날 결심한 것이 있어요. 밤이나 낮이나 코박고 빠져있던 소셜미디어와 컴퓨터 게임을 다 내려놓기로 모두 결정했어요. 어머니 기도 많이 해주세요. 우리 모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라일락 보라꽃 한다발을 곁들여 이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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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두리하나USA뉴욕대표·탈북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