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에서 전사한 장교들 중에는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2년전 한국에서는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의 육사 화랑연병장과 웨스트포인트 졸업생 추모공원에서 전사자 12명의 추모비 제막식이 있었다.
멋진 제복의 사관생도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 사관학교 경쟁률은 국군간호사관학교가 27.7대1, 육군사관학교(육사)가 26.2대1, 공군사관학교(공사)가 25.1대1, 해군사관학교(해사)가 22대1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들은 더 현실적인지 의무가 많은 사관생도의 삶보다 더 자유스러운 대학을 선호한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육군사관학교를 자퇴하는 생도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5년간 한국 육군사관학교 중도 퇴교 자료에 따르면 육사 자퇴생도는 2018년 9명, 2019년 17명, 2020년 19명, 2021년 28명, 2022년 63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반대로 입시경쟁률은 2020년 44.4대1에서 2021년 26.2대1, 2022년 24.4대1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사관학교 경쟁률은 여전히 꾸준한 상태로 10% 전후의 입학률을 유지하고 있다. 알다시피 미국의 3대 사관학교는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가 있다. 여기에 해안경비사관학교와 상선사관학교를 포함해 보통 5대 사관학교를 쳐준다.
육군사관학교(US Military Academy 뉴욕 웨스트포인트 소재), 해군사관학교(US Naval Academy 메릴랜드), 공군사관학교(US Air Force Academy 콜로라도스프링스), 해안경비사관학교(US Coast Guard Academy 커네티컷), 상선사관학교(US Merchant Marine Academy 그레잇넥 근처 킹스포인트) 등이 연방정부가 무상으로 교육시키는 군사대학들이다.
모든 생도가 지적 능력과 체력, 군사력, 인성 등 4가지 영역에서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는다. 성적 외에 지원자의 인성, 도덕성, 리더십 뿐 아니라 강한 체력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하버드 입학만큼 어려운 과정이라고 말들을 한다. 지난 100년동안 군대 뿐 아니라 미국사회의 리더들을 배출한 최정예 리더십 훈련소라고 말해도 될까. 최소 17세부터 23세 미만의 미 시민권자만 지원 가능한 곳이다.
미 공군사관학교는 1954년에, 해안경비사관학교는 1800년대 후반에 설립됐다. 웨스트포인트는 이보다 더 빠른 1802년에 신생 미국의 군대를 이끌어가기 위한 사관학교로 설립되었다. 사관생도들은 4년간 엄격한 훈련을 받으며 대학교육을 받게 된다. 생도들은 졸업과 동시에 정식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육군 소위로 임관해 5년간 장교로 의무 복무하게 된다. 매년 1,200여명이 입학허가를 받는데, 4년 후에는 1,000여명이 졸업한다고 한다.
웨스트포인트 박물관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허드슨강을 끼고 가는 드라이브 경치가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당일치기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7월4일 독립기념일에는 육사 밴드의 연주와 함께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여름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웨스트포인트 교정 근방 어디선가는 신입생 1,000여명이 사관생도 기본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행진, 등산, 사격 및 전술 학습 등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6주 동안 진행하기 때문이다.
웨스트포인트 교수출신인 한 심리학자는 비스트(Beast)라고 불리는 여름 신입생 6주 훈련 도중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그가 발견한, 살아남은 학생들의 공통적인 비결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고 한다. 미 육군사관학교는 필자의 손녀가 이번 주 입학하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치지 않고 잘 통과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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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