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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이라는 거짓말

2023-06-14 (수)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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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전날 나온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해 디스인플레이션이 완연한 흐름인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가 보는 동결 확률도 90%에 달해 시장의 컨센서스가 거의 일치하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페드워치의 다음 FOMC 회의 전망이다. 현재 이번 FOMC에 대해서는 동결 전망이 압도적이지만 7월 FOMC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시장 참여자가 70%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6월에는 동결, 7월에는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기준 금리 올리는 걸 한 번 쉬어간다는 ‘스킵’(skip)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스킵이라는 단어를 최근 처음 화두에 올린 사람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지명자다. 지난달 말 그는 “다가오는 회의에서 동결한다고 해서 최종 금리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며 “인상을 건너 뒤는 것(skipping)이 추가적 긴축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전에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 ‘멈춤’(pause)으로 해석돼 추가 인상 여지가 없었는데 건너뜀을 얘기하면서 상황을 바꾼 것이다.


스킵에는 실제 장점이 많다. 당장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지만 지난해 6월 고점(전년 대비 9.1% 상승)을 고려하면 7월부터는 기저 효과가 사라진다. 최악의 경우 하반기 다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음을 시장에 환기해 놓으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기대 인플레이션 문제로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은 예방 가능하다.

다른 중앙은행들을 봐도 스킵은 글로벌 경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당장 지난주 호주와 캐나다가 기준 금리를 추가 인상했는데 두 중앙은행 모두 기존에 금리를 동결했다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다시 나타나자 다시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연준 입장에서는 비교적 최근 나타난 선례가 있기 때문에 참고해서 과정을 밟아나가면 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연준이 실제 스킵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연준의 6월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장은 이미 연말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꺾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다시 하게 되면 실물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당장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신용 경색이 연준의 가장 큰 고민 거리인데 하반기 시작하자마자 금리가 다시 오르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대해 더 보수적으로 될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준 입장에서는 오늘 FOMC에서 스킵을 이야기하면서 최대한 긴축적인 스탠스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쇼맨십인 것이다. 매의 탈을 쓴 비둘기로 볼수도 있겠다. 가장 중요한 기준 금리에 관해서는 동결을 통해 비둘기적인 메시지를 내놓지만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고, 기자 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적인 발언을 강하게 하는 등 다른 소통 창구에서는 매파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스킵의 여지를 남겨 두는 시장 대응도 전례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을 보면 된다. 한은은 최근 연속해서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밝히는 등 매파적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은 역시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추가 금리 인상을 실제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긴축에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일반인들도 연준의 대응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쪼록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중앙은행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기를 바래본다.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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