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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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가는 이적 행위다”

2023-06-09 (금)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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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 여행에서 야스쿠니 신사(神社)를 방문하였다. 일본의 종교는 불교나 천주교가 아니라 토속 미신이라 생각되는 신도이다. 그 신도는 사람이 죽으면 모두 귀신이 된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모두 위패를 만들어 악귀를 막아주고 복을 달라며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립묘지라는 것이 없다. 다만 신사라는 절에 위패를 모시고 계절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을 뿐이다.

그 신사 중에 제일 크다는 야스쿠니 신사를 이번에 방문했다. 한국 절의 일주문 같은 문을 지나 신사 앞에 섰다. 건물 모양이 듣던 대로 사무라이 투구 모습이다. 그리고 250만의 위패가 모셔져있다. 쇼군 정권에서 황제 복권을 위한 무신전쟁에서 전몰한 적과 우군의 구별이 없이 전사자 모두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 당시 전몰한 장병까지 모두 합한 위패이다. 2차 대전 당시 전사한 한국인 2만 그리고 A급 전범자도 포함되어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야스쿠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가 나이가 든 사람들이었다. 모두 와서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치고 공물을 바치고 다시 한 번 박수를 치고 물러난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안내원이 댓돌 아래에서 찍어야 한다고 해서 제단에서 내려와서 사진을 찍었다.


궁금증의 하나인 250만의 명단만 있고 각각의 위패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250만의 위패가 전부 다 있는지를 확인 못하고 옆 건물인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일본의 역사 사진과 그림으로 된 연대표를 보았는데 신라를 정벌하였다는 신공황후(神功皇后)가 버젓이 나열되고 있었고 청일전쟁, 노일전쟁, 1차, 2차 대전도 정리되어있었다. 소위 보수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야스쿠니 신사의 방문을 끝내고 교포 중진 인사와 식사를 하면서 박물관 방문 소감을 이야기 했더니 그분의 코멘트가 아주 공감이 갔다. “일본사회 특히 젊은 층은 내각 대신이나 국회의원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에 별 관심이 없어요. A급 전범 운운도 그저 흘러간 옛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죽창가라고 하나요? 한국 언론에 야스쿠니 신사에서 제사지내고 누구누구가 공물을 바쳤다고 실리면 그것이 그대로 일본 신문에 나지요.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우리의 종교와 제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한국인들이 쓸 데 없는 관심이라 핀잔을 주고, 나이 먹은 사람들 특히 보수 우익에서는 자기들 제사를 비판하는 한국에 용감히 맞서는 사람들이라며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시켜야 한다고 야단이죠.

그러니 한국 언론에서 보여주는 제사 참가자의 사진은 차기 선거에서 당선에 도움 준다고 해서 너도 나도 사진에 나기를 원해 해마다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있지요.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의 죽창가는 제사 참석을 격려하는 이적 행위에요. 그리고 한 마디 더 해야겠어요. 죽창가를 부르는 분들, 일본에는 67만의 재일교포가 있고 거기에다가 16만의 일본 귀화자까지 합하면 83만 명이 있고 그들이 죽창가를 부를 때마다 우리가 당하는 신세도 좀 생각해달라고 말이에요.”

야스쿠니 신사 방문에서 한국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일 간에 밝은 미래를 위해서 한번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을 얻은 것 같다. 야스쿠니 제사는 그저 외면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이 아닌지? 더 나아가 앞으로 일본을 찾는 사람들은 일본을 더 이해하기 위하여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한번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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