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망대] 성큼 다가온 ‘K-성악’의 세계화
2023-06-09 (금)
이정훈 기자
바리톤 김태한 <연합뉴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이어 이번에는 성악가 김태한(22·바리톤)이 6월4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동양계 남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의 성악 콩쿨에서 우승했다는 점이 더욱 감회를 새롭게 한다고 하겠다. 한국인 성악가의 우승자로서는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이 아시아 성악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었다.
한국의 성악에 대한 도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신영옥, 홍혜경 등 소프라노에 집중되어 있었고 남성 가수의 두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에 테너 이용훈이 메트로폴리탄 등에서 활약하며 남성 가수로서는 드물게 한인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했던 테너 백석종 역시 영국 로얄 오페라단에서 주역을 맡은 것을 계기로 내년 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투란도트의 주역을 맡게 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김태한처럼 세계적인 권위의 성악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한 것은 한국인의 목소리도 이제 세계 수준에 도달했으며 ‘K-성악’의 세계화도 이제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그동안 SF 오페라의 메롤라, 애들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베이지역을 거쳐 간 성악가들만 해도 바리톤 한규원을 비롯 박종석, 윤형, 강주원, 테너 백석종 등 적지 않은 숫자를 꼽을 수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아틸라 전도 SF 오페라에서 노래한 바 있고 최근에는 SF 오페라 여름 페스티발의 ‘나비부인’ 공연에 한인 소프라노 손현경이 주연(초초산)을 맡아 주목받고 있으며 이외에도 초초산의 하인역에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가미도리 역에 한인 바리톤 최기돈 등이 컴퍼니 데뷰 무대를 펼치게 되어 있어 한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클래식은 최근 반 클라이번, 쇼팽, 엘리자베스 등 여러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크게 두각을 나타낸 바 있지만 성악 분야만큼은 여전히 가장 취약한 분야 중의 하나였다. 그것은 성악이야말로 동양인으로서는 여전히 도전에 한계가 있는 장르였기 때문이었다. 즉 체력적인 한계나 외모, 언어 등의 장애가 상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성악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요소를 극복했을 때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겠지만 성악의 주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의 특성상 발음과 외모 등의 콤플렉스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동양인의 한계였다. 이용훈 등도 동양인이라는 외모 때문에 그동안 캐스팅에서 제외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오페라의 보이지 않는 벽을 토로한 바 있었다. 김태한의 우승은 성악에서의 보이지 않는 벽 또한 실력으로 충분히 부서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동의 쾌거이기도 했다. 김태환은 선화예고, 서울대 음대를 나와 4년간 나건용 교수를 사사했으며 현재 국립오페라단 김영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100% 국내파로 알려져 있다. 2000년 8월생으로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이며 작년 9월에야 비로소 독주회를 가진 새내기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엘리자베스 대회 결선 진출 자 중 유일한 베이스인 정인호 역시 5위로 입상, 한국은 성악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2명이 동반 입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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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