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미 여한구 통상본부장 “관세와 산업·기술협력 묶어 윈윈협상 할것”

2025-07-05 (토) 0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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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관세 유예만료 직전 워싱턴서 한미 중대협상 돌입… “상황 급박·가변적”

▶ “관세유예 연장·한미 큰틀 합의 조기도출 등 모든 가능성有…실리 최대화”

방미 여한구 통상본부장 “관세와 산업·기술협력 묶어 윈윈협상 할것”

한미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워싱턴 DC 유니언역에서 한국 특파원단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상호관세'의 유예 연장과 한미 간 큰 틀의 무역합의 조기 타결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실리를 최대화하는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을 통해 입국해 열차 편으로 워싱턴DC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유니언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오후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에 돌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 본부장은 상호관세의 발효 시점을 8월 1일로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서 확인하기 전에는 단언키 어렵다"면서도 "일단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 이후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대한 새 상호관세율이 나오더라도 조금의 유예 기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오는 8일 이전에 한미 간 무역합의를 도출하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모든 세부 사항을 포함한 합의는 사흘 내 타결하기 어렵지만 "굵직굵직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지금 사실 많은 것이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늘 협상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미국의 계획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실리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상을 할 예정"이라며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것도 지금의 협상 구도에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짧은 시간 안에 우리가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미측과 협상 채널을 구축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상호관세는 모든 국가와 협상의 여지를 좀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미국의 산업 보호 측면에서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품목별 관세의 예외 적용이나 대폭 인하가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고 오늘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말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미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상호 협력 가능성이 높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분야들이 사실 미국이 제조업을 재건하는 데 있어서 큰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한국이 그런 분야에서 독보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 본부장은 "이런 관세 협상과 4~5년 중장기적인 한미 산업 및 기술 협력 등을 다 묶어서 포지티브섬(positive sumㆍ제로섬의 반대말)으로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 본부장은 미국이 앞서 합의를 도출한 영국과 베트남에 대해 "우리가 비교 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운 국가"라며 "베트남은 우리와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르고, 영국의 경우 미국에 자동차를 연간 10만 대 가량 수출하는데 우리나라는 100만~140만 대 수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 이어 6일 위성락 안보실장이 방미하는 데 대해 "상황이 계속 급진전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통상과 안보 쪽에서 힘을 합할 부분은 합하고, 각자 역할 분담할 부분은 분담해 '올코트 프레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미측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교역' 분야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 "중요한 분야 중 하나"라며 "미국 정계와 재계에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라고 소개한 뒤 "통상 마찰 가능성과 우리 국내 정책 목표를 잘 조율해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2∼27일 워싱턴 DC를 찾아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통상 고위급 회담을 가진 여 본부장은 오는 8일인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국을 다시 찾았다.

이번 협의 계기에 여 본부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이른바 비관세장벽 철폐와 한미 무역수지 균형 등에 대한 한국 측의 구체적 입장을 담은 협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던 4월부터 진행된 한미 간 실무협의(기술협의)와 장관급 협의에서 제기된 미국 측의 비관세장벽 완화 관련 요구에 대한 입장, 한미 간 호혜적인 산업 협력에 대한 제안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대한 상호관세를 지난 4월 2일 책정한 뒤 같은 달 9일 시행에 들어갔으나 곧바로 이를 90일 유예했고, 유예 만료 시점을 시한으로 삼아 각국과 관세율, 무역균형,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둘러싼 무역 협상을 진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오는 7일 12개국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 12개국에 한국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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