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해가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 (중략)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1988년 한국에서 히트한 ‘들국화’의 멤버였던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 중 일부 노랫말이다. 해와 달이 뜨고 지듯이 사람들도 만났다가 헤어지는 우리의 삶이 돌고 도는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다. 요즘 들어 부쩍 듣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40년 가까이 지난 이 노래를 다시 소환하게 된 것은 최근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해서 “바닷물은 돌고 도는 것인데 한국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을 놓고 한바탕 격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마치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닮은 꼴이었다.
지난달 31일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처리 시설을 점검한 한국 정부의 시찰단은 “구체적 자료도 확보해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번 시찰 내용을 토대로 오염수 처리 설비의 성능이 기준에 만족하는지 판단하는 종합 분석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시찰단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내놓을 결론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이달 중에 나오는 것과 시차를 두고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 시찰단이 지난달 일본 방문 때부터 일종의 ‘요식 행위’가 될 것이란 비판이 거셌던 것이 사실이다. ‘시찰단’이란 명칭에서도 나타나듯이 자체 조사 보다는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전해주는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시찰단이 오염수의 해수 방류의 정당성만을 확보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시찰단이 요식 행위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데는 나름 근거가 있다. 먼저, 지금까지 IAEA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갖고 있는 판단은 일본 정부의 시각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IAEA는 그간 내놓은 수차례 보고서에서 일본정부의 오염수 처리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57년 설립된 IAEA는 원전 정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국제기구다. 여기에 원전 강국인 일본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IAEA의 정규 예산 분담률을 살펴보면 일본은 8.2%로 미국(25%), 중국(11.6%)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오염수 방류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미국의 분담률과 합하면 33.2%로 압도적인 수치다. 이번 달 IAEA 최종 보고서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차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도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기후 변화 등 환경에 정책 최우선 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힘을 실어준 것은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탓이다. 일본과 공조로 재선에 성공하는 게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실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후쿠시마를 비롯해 아오모리, 지바, 군마, 이바라키 등 14곳의 농수산물 100여종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방사성 핵종 오염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수입 금지의 이유로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이후 12년째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는 당장 LA 한인들의 먹거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인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당수 한국산 수산물들은 한국 근해와 주변국 바다에서 잡힌 것들이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면 한국산 수산물을 놓고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 “먹어야 할까, 아니면 말아야 할까”를 놓고 말이다.
맞다. 바닷물은 전인권의 노랫말처럼 돌고, 돌고, 돈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현실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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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