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경력 등이 거짓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아온 미국 공화당의 조지 산토스(34) 하원의원이 지난 달 13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혐의는 공금 절도, 사기, 돈세탁 등 대부분 사기 행각에 대한 것이며 그 가운데는 실업수당 부정 수령도 포함됐다. 검찰은 산토스 의원이 투자회사에서 연봉 12만 달러를 받으면서도 2020년 여름부터 코로나19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4,744달러를 부정 수령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산토스는 사기성 청구를 통해 정부로부터 실업수당을 챙긴 무수한 미국인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이전부터 만연했던 실업수당 관련사기는 팬데믹으로 실업수당 자격이 확대되고 기간도 늘어나면서 한층 더 기승을 부렸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실업수당 혜택이 확대된 후 지급된 수당 액수는 무려 6,550억 달러에 달한다. 연방노동부 감사국은 이 가운데 상당 액수가 부당 청구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방정부 감사기관인 회계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은 최근 2022 회계연도에 부당하게 지급된 연방정부 지출이 무려 2,470억 달러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감사 대상이 된 것은 18개 기관의 82개 프로그램이었다.
2,470억 달러 가운데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페이체크 보호프로그램, 실업보험 그리고 근로소득 택스 크레딧 등 5개 프로그램이 전체 부당지출의 78%를 차지했다. “80%의 결과가 20%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여기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부당지출이 만연한 프로그램들 가운데 단연 으뜸은 메디케이드였다. 회계감사원은 메디케이드 관련 액수를 810억 달러로 추산했다. 5개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액수가 적었던 근로소득 택스 크레딧의 경우에도 18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회계감사원 보고서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듯이 메디케이드 및 메디케어와 관련한 사기와 남용은 심각한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헬스케어사기방지협회(national healthcare anti-fraud association) 추산에 따르면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사기와 남용으로 발생하는 피해 액수는 연간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들에게 부당하게 지급되는 돈은 물론 납세자들이 낸 피 같은 세금이다. 부당하게 지급되는 돈이 많아질수록 정작 납세자들을 위해 올바르게 쓰여 져야 할 돈은 줄어들게 된다. 납세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런 행태를 감시하고 고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메디케어 관련 정보나 소셜시큐리티 번호를 잘 간수하고, 꼭 제공해야 하는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이 정보들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료 관련 청구서 내역이 날아오면 정말 내가 받은 치료와 의료 물품만이 청구됐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부당한 항목이 발견되면 그냥 외면해버릴 것이 아니라 청구서 내역에 나와 있는 번호로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래 정부 돈에 대해서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래서 온갖 방법으로 정부 돈을 부당하게 수령하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공금의 비극’이라 할 만하다.
이런 공금의 비극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공공재의 비극’에 해당된다. 주인이 명확치 않은 공원의 화장실이 깨끗하기 힘든 것이 대표적이다.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은 ‘공금의 비극’을 일찌감치 꿰뚫어 봤다. 그래서 “개인의 재물을 아끼기는 쉬워도 나라의 재물을 아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470억 달러는 뉴질랜드의 연간 총 국내생산액을 넘는 액수이다.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돈이 새고 있는 현실을 시정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엉클 샘’은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