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에세이 - 룸비니와 보드가야, 두 번째 탄생

2023-05-26 (금) 홍효진/뉴저지 보리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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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기 위해 당신의 고향으로 가던 카필라의 마야 왕비는 가는 길에서 산후 진통을 참을 수 없어 룸비니 동산에서 아기 왕자를 낳았으니 그날이 음력으로 4월 초파일이다.

아기 엄마인 마야 왕비는 아기를 낳은 후 칠일 만에 세상을 떠나니 아기는 이모 손에 자라게 된다. 어릴 적부터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면밀히 관찰하던 왕자는 열 살 즈음 봄 농경제에 참석하였는데, 농부가 쟁기로 땅을 뒤집어 놓으면 지렁이가 보이니 새가 날아와 물고 날아간다.

그뿐인가 더 큰 새는 지렁이를 문 새를 잡아채지 않는가. 왕자는 약육강식의 비통한 세계가 너무 가슴이 아파 농경제를 빠져나와 무우수 나무 밑에 앉아 명상에 잠기었다.
“세상은 어찌 저리 고통스러울까? 저 고통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걸까?” 골똘히 생각을 했지만 답을 찾지 못한 채 자신을 잊어버리고 깊은 명상에 머물렀다.

어른이 된 고타마 왕자는 몰래 성을 빠져나가 수행자가 되어 마음을 닦는 명상을 배워 최고 명상 마스터가 되었고, 몸을 괴롭히며 닦는 고행을 통해 최고의 고행 수행자가 되었으나 출가할 때 세운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어떻게 깨쳐야 일체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근래에 발견한 12연기법은 나가 본래 없다. ‘무아’ 는 것을 보여주는 법이 아닌가! 하여 참으로 ‘나’가 없는 지를 깊이 관찰하니 지금까지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 존재하는 ‘나’는 실은 본래 없음을 이치적으로 깨달았다.

수행자 고타마는 이 몸과 마음의 주인인 척 머물고 있는 ‘나’를 이제껏 닦은 수행력으로 태워버렸으니,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신 것이다.

6년간 목숨을 건 고행 끝에 고타마 수행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탄생하신 곳은 보드가야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온 세상 슬픔과 고통을 멸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모두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45년 동안 세상에 전하시니 그의 제자들은 부처님이 탄생한 사월 초파일이 되면 세상을 향해 부처님 가르침인 ‘나를 바르게 보라’는 슬로건으로 불을 밝힌다.

부처님 가르침 가운데 세상의 현인들은 인간의 두 번째 탄생은 세상과 다른 나가 있다는 자각의 탄생이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탄생인 나가 참 나가 아님을 깨칠 때 온갖 괴로움과 슬픔을 멸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부처님이 열반하신 지 2567년이 되는 올 2023년에는 과연 몇이 ‘나 없음’을 깨치고 일체 괴로움에서 벗어날까?

<홍효진/뉴저지 보리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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