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과 일본의 문화적 민낯

2023-05-25 (목) 대니얼 김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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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참 묘하다. 나라마다 문자와 글 모양이 다르고, 전통적인 철학과 관습이 달라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사 표현법도 각기 다르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은 예를 중시하여 상대방에게 일을 부탁할 경우나 상호 의견에 차이가 있으면, 바로 직격탄을 날려 싸우지 않는다. 중국인의 ‘만만디’(서두르지 않음) 기질에 의해 일단 은유법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한 다음 해결 대책을 강구한다. 정치나 외국과의 외교 전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예가 사마의와 제갈량이 최후의 전투에서 보여준 두 명장의 탐색 작전이다. 사마의는 문무를 겸비한 지장이었다. 조조 이후의 4대에 걸쳐 군주의 2인자인 승상이 되었지만, 시기와 질투를 경계하여 언행을 조심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대우에 관해 군주에게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사마의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신언수구(愼言修口)와 겸손에 기초를 두었다. 말을 할 때는 신중하고 가려서 하며, 항시 겸손했으며 성공할수록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기를 이기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라고 자식들에게 일러주었다.


반면 제갈량은 자신의 걸출한 천재적 지혜를 믿으며,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독선적으로 처리한다. 마지막 오장원 전투에서 병환이 깊어 거동조차 불편한 제갈량이 사마의의 전략을 간파하기 위해 사자를 보낸다. 사자는 사마의에게 제갈량의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화려한 여인의 옷과 값비싼 귀금속이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장수라면 자존심이 상해서 분노한다면, 제갈량의 술책에 걸려들게 되는 것. 그러나 사마의는 사자에게 다정하게 제갈량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았다. 사자가 말하기를 “승상은 모든 일을 직접 처결하시고, 공사에 너무 바쁘셔서 잠도 제대로 못잡니다.”라고 답했다.

사마의는 사자가 떠나자 부장들에게 “제갈량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너무 과로하고 있으니 오래 버티질 못할 것이다. 조만간 제갈량이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는 영을 내렸다. 한 달이 채 못 되어서 제갈량은 고된 군무로 쓰러져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5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인들의 대체적인 기질을 나는 ‘이지메’라고 본다. 이지메는 다양한 면이 있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친지와 만나 식사를 할 때나 카페에서 다과를 먹을 때 언제나 돈은 각자가 지불한다. 한국인들은 정이라는 면이 있어서 서로 지불하겠다는 겸양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본인은 태연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면에서 철저히 개인적이다. 길거리나 아파트 주민이 문제가 있어서 다툼을 해도 자기와 관련 없으면 무심하게 지나친다. 이지메들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도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하면서 자리를 피한다. 이지메의 사고방식은 정치에서도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가 교토 이지메이다. 교토는 전통적인 일본의 교양있는 양반 계급들이 자리를 잡고 주류를 이루고 살고 있다. 교토 양반들은 우아한 말로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까운 친구나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도 자기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하는 사람을 교양있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국제적인 외교에서도 이지메적인 술책이 드러난다. 그 좋은 예가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이 독도를 지배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왜 그럴까. ‘빨리빨리’ 문화에 젖은 한국 정치인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10년, 20년, 50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전세계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계속 선전한다. 언젠가 남북한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쟁 틈새를 이용해 강대국과 결탁하여 독도를 군사적으로, 국제 정치적으로 일본 영토로 귀속시킬 기회를 가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교토 이지메, 즉 일본 이지메 문화는 이기적이면서도 교활한 문화다. 한국인들, 특히 한국정부의 관리, 정치인들은 일본의 이지메 문화를 각별하게 경계해야 한다.

<대니얼 김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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