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꼰뜨라반도

2023-05-24 (수) 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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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법에 의해 수출입이 금지된 물품을 세관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은밀히 거래하는 것을 밀수라 한다. 스패니시로 꼰뜨라반도(contrabando)는, 영어 smuggling과 뜻이 같다. 노르웨이의 사이먼 하비 교수는 그의 저서(‘Smuggling’)에서 “인류 역사 속 밀수의 강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세계의 역사도 바뀌었다. 밀수가 없었다면 문명의 확산도 어려웠고 지금의 세계화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때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했던 해적 출신 프란시스 드레크를 통해 동방에서 최고의 향신료인 후추, 정향, 육두구를 국가 차원에서 밀수했던 적도 있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밀수를 통해 거래되는 경제 규모는 10조 달러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렇듯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비밀스런 거래가 밀수이고, 상상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단 순간에 거머쥘 수 있다는 마력 때문에 그 은밀한 유혹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요 밀거래 되는 물품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1950년대에는 화장품,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선호됐고, 이후 현재까지 금괴, 사치품, 골프채, 명품 가방, 고급 시계와 비아그라, 마약들은 여전히 최고 인기 품목이다.


중남미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성행하는 밀수 품목으로는 최신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마약과 살상용 무기, 희귀 동물들이다. 몸길이 35cm, 몸무게 900g 나가는 아마존에서 잡은 티티 원숭이는 페루 현지에서 마리당 35달러에 거래되지만, 멕시코시티에선 1,000달러를 호가한다.

남미 최대의 밀수 국가는 파라과이다. 파라과이의 두번째 도시 씨우닫 델 에스떼(Ciudad del Este 동쪽의 도시)는 세계적인 밀수 무역이 왕성한 곳이다. 빠라나 강 유역에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3개국 접경지대인 그곳은 메르꼬수르(Mercosur 남미 공동시장)의 국제 마켓으로 마이애미, 홍콩에 이어 연간 물동량이 300억 달러가 넘는 곳이다. 53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개에 가득 담겨온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잡화들과 전자제품들, 미국 달러 뭉치와 금괴, 인명 살상용 무기류까지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3개국 국경을 넘나들며 관세 없이 밀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서운 음모와 술수가 동원되는 그곳은 늘 위험하다. 중국 삼합회, 레바논계 테러리스트, 마약 관련 마피아가 서로 이권 투쟁을 벌이는 그곳엔 크고 작은 범죄가 현재 진행형으로 상존한다.

미국과 캐나다로 불법이민자들과 함께 마약을 밀수출하는 멕시코 3대 나르꼬 카르텔로는 첫째가 태평양 연안의 멕시코 서부 지역을 평정한 시날로아, 둘째가 멕시코 동부 걸프만과 대서양 연안을 피로 점령한 로스 세따스(Los Zetas), 셋째가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 등 중부 핵심 도시를 장악한 CJNG(Cartel Jalisco Nueva Generacion)다. 코카인, 헤로인, 히로뽕, 마리화나, 치명적인 펜타닐 밀수와 밀입국 알선 수수료로 매년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허술한 미국 국경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밀입국, 밀수 방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국경 지하에 뚫어놓은 터널로 자유자재로 밀입국하고 차량 구조 변경은 물론 수박, 초컬릿 바, 냉동 상어, 건축자재, 심지어 여성의 가슴확대용 보형물에 마약류를 담아 유통시키기도 한다.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의 80%는 해상을 통해서다. 그중 30%는 나르꼬(Narco) 마피아들이 제작한 초고속 잠수함으로 운송된다. 보트 아래에 매단 어뢰 속에 마약을 실고 GPS까지 장착하여 단속을 피하기도 하고, 국경 도시 티후아나와 노갈레스에선 드론을 통해 코카인을 운송하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된다. 이를 발본색원하려는 미국의 CBP, DEA의 단속 노력도 만만치 않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밀수와의 전쟁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밀수의 역사 또한 인류와 함께 흘러가기 때문이다.

<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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