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은 ‘동의보감’ 에서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고 했다. ‘혈류가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 통증이 온다’라는 말이다. 이는 한 사람의 신체뿐만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집단과 집단간의 사회관계에도 적용된다. 이 때에는 대개 소통(疏通), 또는 의사소통(意急疏通)으로 구체화하여 표현한다.
소통(communication)을 하는 데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 하는 생각이나 기록은 가둬지거나 묻어둔 것과 진배없으며, 설령 그걸 내뱉는다 해도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상호간에 소통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이에는 말이나 글 또는 행동 등 비언어적 요소들도 모두 포함된다. 이 두 가지를 소통을 위한 형식적인 조건이라 한다면, 세 번째는 이 둘을 보완하여 완성하는 실질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표현이 있어야 소통이 원활해진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하여야 하고 상호 존중할 때에 비로소 배려심이 생긴다.
소통을 함에 있어 현실은 참으로 얄궂다. 서로간에 소통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소통부재를 느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통을 하소연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이다.
서로 답답하다고 하는데 사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이상으로 괴롭다. 더구나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애먼 주변인들의 피로감은 점점 쌓여 스트레스가 되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제3자에게는 잘 보이는 것들이 왜 당사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까?
뉴욕한인회 제38대 회장선출을 둘러싸고 관계자들이 보이는 부끄러운 소통부재, 불통의 상황은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하다. 어쩜 이리도 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언론이 소망을 담아 기대감 섞인 기사를 내어 보내면 다음날 여지없이 반박기사가 나온다.
그 예가 차고도 넘쳐 일일이 거론하기가 한심할 정도이다. 언론은 지금 이 순간의 사실(fact)에 기반하여 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 사명이지만, 매번 김칫국을 마시고 설레발치는 꼴이 되었다. 언론이 이러할진대 바라보는 선량한 한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우리 뉴욕한인회도 어언 63년째이다. 환갑을 지났으니 한두 군데 아픈 곳을 달고 살 나이이다. 그려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지만, 관리를 잘 해야 할 시점이다.
이 때의 건강이 70-80대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중요한 고비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을 바짝 차려 잘 살피고 차분히 헤아려야 한다. 한인회의 생일이 곧 다가온다. 6월 11일을 전후해서 좋은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길 바란다.
<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