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텍사스주 달라스 교외 앨런 아웃렛 샤핑몰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조모씨 가족 소식에 미주한인들의 가슴도 내려앉고 있다. 엄마, 아빠, 3세 남동생이 사망하고 엄마가 온몸을 총알로 막으며 감싸 안아서 혼자 살아난 6세 소년의 사연은 어머니날을 앞두고 그 절박한 모성애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개설된 가족돕기 페이지에 무려 3만 명이상이 참여, 불과 이틀만에 200만 달러에 달하는 온정이 모이고 있다. 모금액이 늘어날수록 슬픔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이민 온 1.5세와,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은 희생자 8명이 자신과 비슷한 30대 이하 연령인데 더욱 충격을 받고 있다.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한국에서 태어나 달라스에서 자란 부부가 변호사와 치과의사가 되기까지 아시안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피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 했을까 하고 애도의 말을 올리니 2세 한인여성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떤 교육도 총과 백인우월주의로부터 당신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우리 자녀들이 총기의 나라, 백인우월주의의 기세가 날로 세지는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다양성을 강조하는 콘텐츠를 지양하고 있는 디즈니사(회장 밥 아이거)의 작품들을 예로 들어본다.
설립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는 인종과 민족 편견 배격주의로서 동성애 찬성, 다양한 젠더, 흑인과 아시안 소수민족을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인 백인 주인공 대신 흑인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백인 배우들을 차별하는 역차별 논쟁도 내포하고 있다.
얼마 전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피터 팬 & 웬디(Peter & Wendy)‘를 보았다. 요정 팅커벨은 미국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로, ’잃어버린 아이들‘의 리더인 슬라틀리 역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마토프스키를 출연시켰다. 마토프스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 최초로 디즈니 영화의 주요배역을 맡았다.
제임스 매튜 배리의 고전동화 ‘피터 팬’의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하얀 미소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는 없었다. 각색하여 최근 나온 영화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이 원수처럼 싸우더니 최근 영화에서는 둘이 원래 친구 사이였고 나중에 화해하여 친구 관계를 회복한다. 웬디도 어른이 되기 싫다고 징징대던 아이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캐릭터로 나온다.
이달 말이면 흑인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로 나오는 영화 ‘인어공주’ 도 나온다. 2024년 개봉예정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의 백설공주역은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 리가 맡았다. HBO-TV시리즈 ‘해리포터’ 주연은 유색인종으로 캐스팅 한다는 말도 있다.
요즘은 나왔다 하면 주인공이 흑인인 ‘블랙 워싱(Black Washing, 흑인화)’ 이란 단어도 유행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 새로운 문화가 다소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백인남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디즈니사 ‘마블’은 여성 슈퍼 영웅과 흑인 영웅을 등장시킨 ‘블랙 팬서’, ‘캡틴 마블’로 흥행에 성공했었다. 흑인아이들의 가슴에 각인된 이 영화들, 소수집단에 자긍심을 심어주었다고 평가된다.
한편, 바비인형의 대명사인 완구기업 마텔도 다운증후군 바비를 최근에 출시했다. 다운증후군협회의 도움을 받아 다운증후군 여성의 외모 특징을 살려 만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을 한 바비도 꾸준히 팔려나갔다고 한다. 여성의 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나오고 평범한 외모에 간호사, 항공기 정비사, 다양한 직종과 인종의 인형들이 일반화가 된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고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으로 매사를 보게 되면 위의 총기사고와 같은 무서운 일들이 덜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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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