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2023-05-11 (목) 이하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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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7살 아들이 뜬금없이 내뱉은 말을 듣고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지난 주말, 가지고 싶다는 장난감이 너무 비싸서 사주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가지고 싶은 것이 한창 많은 7살 아이의 눈에 뭐든지 살 수 있는 돈이 가장 중요해 보이기도 했을 테다.

한편,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돈에 대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언제나 1순위는 ‘올바른 경제관념’이다. 100억을 물려준 들, 그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배우지 못한다면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경제관념 첫 번째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나 역시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에 와 있는 동안, 이제서야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있다. 남들이 해야 한다고 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보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고 나니, 오히려 요즘엔 꼭 회사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욕망은 크고, 자원은 희소하다’는 돈의 가치이다.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고 참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너무 풍족하여 문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여러 선택지 중에 가장 합리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을 훈련시키고 싶다. 절제하는 법을 알아야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능력도 키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요즘 반짝이는 보석에 빠져 있는 아들이 집에 보석 마트를 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보석이 흔하게 많이 팔리는 물건인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우리집에 많이 찾아올 것인지 재차 물었다.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 아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한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홍보. 사업의 기초이다.

나는 어린 시절,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사농공상’의 물질을 천시하는 유교문화의 잔재이다. 어느 정도 살아보니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사랑, 나눔, 행복 등. 하지만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나누는 행복을 즐기고 싶다면 돈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7살 아이가 지금 당장 위의 세 가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테다.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엄마의 습관이 가족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이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다.

<이하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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