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힙’하다는 그 성수에 다녀왔습니다.

2023-05-05 (금) 전한나(UX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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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한국에 방문해 몇 년 전부터 ‘힙’하기로 유명한 성수동에 드디어 다녀왔다. 수제화, 자동차 정비 등 대표적인 중공업 지역으로 젊은 세대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던 오래된 이 지역이 몇 년째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사랑받고 있다고 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끔씩 성수의 어느 카페라든가, 편집숍에 대한 포스트가 뜰 때면 그 특유의 감성 때문에 그런 포스트들은 어김없이 눈여겨보게 되곤 했다.

성수를 탐험한 후의 느낌에 대해 바로 말하자면, 테마파크에 온 것 같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공간. 나의 모든 시선을, 주의를 ’지금‘, ’여기‘에 묶어두는 곳. 새로운 자극들로 가득한 곳. 이 골목을 돌면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드는 곳.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숨겨져 있던 재미난 것을 발견하게 만드는 즐거운 곳. 그것이 내가 느낀 성수다.

우선 성수는 나의 시각을 즐겁게 하는 곳이었다. 가게마다 고유의 브랜딩을 잘 녹여낸 감각적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다. 그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예전 벽돌 건물을 요즘 감성에 맞게 재해석 함으로써 성수의 골목길을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시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팝아트적인 일러스트를 그린 벽화라든가, 극적으로 외관을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오래된 건물의 개성이 잘 살아나게끔 조명 및 간판을 배치함으로써 시간의 흔적이 오히려 멋스럽게 다가오게끔 한 점들이 그랬다.


MZ세대에게 가장 힙한 장소답게 이곳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여러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들어와 있다. 그중에서 내가 방문했던 곳은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카누였다. 카누는 4층짜리 건물 전체를 팝업 스토어로 활용하고 있었고, 한 번에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제한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 덕에 상업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현대 미술관의 전시회를 구경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에 도슨트가 있는 것처럼, 각 층마다 다른 테마를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스태프들이 층마다 팝업 스토어의 탐험을 이끌어 주었다. 생각해 보면 이 팝업스토어는 오감을 모두 자극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기억에 오래 남도록 만들었다. 커피 향, 직접 고른 커피 캡슐로 내린 커피 맛,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잘 선택된 배경음악, 재미난 포토 스팟들, 직접 만져야 더 잘 볼 수 있게 만든 광고 필름. 이 모든 요소는 우연이라 할 수 없다. 다분히 의도된 것들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경험에 목말랐던 우리의 니즈를 성수는 영리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함, 다양한 감각기관들을 일깨우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곳. 그것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당기는 성수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한나(UX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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