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투고] 종교분쟁의 뿌리

2023-04-21 (금) 이상용(EB한미노인봉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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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엔 유일신을 믿는 유대교가 생겨나기 전엔 나라마다 토착신들이 많았지만 오늘날엔 세계를 정복한 유일신으로 인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의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등 중동 모래와 사막으로 덮쳐 있는 구석진 촌락에 퍼져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기독교의 예수가 탄생하기 훨씬 전에 유대인을 위한 성경을 만들어 내었다. 이 성경을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구약이라고 부르고, 기독교에서 신약을 추가하였고, 이슬람교는 콜란을 추가하여 자신들만이 유일신이라 부르고 있다.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 기독교는 200년간 4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교국의 말살을 기도했지만 결국 이슬람군에 패하고 말았다.

유대교에선 야훼, 기독교에선 하느님, 이슬람교에서 알라라고 부르는 최고의 신은 같은 유일신이다. 한반도와 중국을 경계 짓는 산을 남쪽에서 백두산이라 부르고 중국에선 장백산이라 부른다. 양쪽에서 올라가면 도달하는 곳은 천지 하나뿐이다. 가는 길은 달라도 같은 목표 천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야훼, 하느님, 알라라 부르지만 창조주에게 도달하는 곳은 같다. 같은 조상을 둔 세계 3대 종교가 천하통일을 하고 사이가 좋아야 할 것인데 실은 반목과 심지어 전쟁까지 치르는 대립의 지속이다. 다 같이 구약성경의 신앙의 뿌리인 아브라함에 이르러 그의 후손들이라 자처한다. 구약성경의 신 야훼는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네가 몸 붙여 살고 있는 가나안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준다.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리라(제17장 8절). 여기에 나오는 가나안이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곧 지금의 이스라엘을 가리킨다.

유대인들은 2천여 년을 떠돌며 살다가 2차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성경에서 말한 옛 땅을 찾아 몰려들어 정착하니 이미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밀려 나가는 현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권에 싸움이 피할 수 없게 된 것이 오늘날까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유대교는 야훼를 정점으로 하는 유일신의 원조인 자부심이 강하지만 유대교 신자 유다가 예수를 은 삼십 량에 팔아넘겨 로마 병사로 하여금 예수를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 매달아 죽인 죄를 저질렀다 하였다. 유다가 은 삼십 량에 팔아넘겼다는 것이 사실이 아님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신약 사도행전에서까지 예수 살해에 대해 유다를 언급하고 있어서 한번 각인된 생각은 버릴 수 없다. 바울에 의해 기독교가 점진 부흥하였고 그 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예수를 죽인 유대인이라는 죄를 씻을 수 없게 되어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2차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참혹할 정도였다. 스페인은 헌법에까지 유대인 차별법을 만들어 박해했고, 처참의 극치인 나치스의 아우슈비츠 사건은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했다. 이렇듯 유럽 전역에 유대인에 대한 미움이 깔려있었던 것은 다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간직한 종교적인 갈등에 의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선 돈을 만지는 직업은 천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독일은 유대인들에게 돈을 만지는 직업을 하게끔 해 유대인들은 금융업을 하여 돈을 벌게 되었다. 유대인은 피도 눈물도 없는 샤일록 같은 수전노 소리까지 듣는 미움의 대상이 겹치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은 결국 독일 정부가 몰수해 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자유로운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유대인들은 편안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미국에 이주한 유대인들은 독일에서 경험한 금융업을 살렸고, 미국의 재벌가는 유대인이 잡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역사의 흐름은 참으로 미묘하다.

2차 세계전쟁 후 유대인들이 야훼께서 유대인에 약속한 가나안(팔레스타인) 지방에 비집고 들어가 정착민이 늘어났고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건국을 전격 선언했다. 따라서 선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분쟁이 계속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후 4차례의 중동 전쟁을 치렀다. 수적으로 아랍 민족보다 엄청 적은 소수였지만 단결의 힘과 월등한 무력으로 모두 승리했다. 전쟁을 일으킨 쪽인 이집트를 주축으로 한 아랍국은 패인에 대한 대가를 치렀고, 이스라엘은 영토를 더 확장하게 되었다. 지난 4월 6일 팔레스타인 쪽에서 종래와 다른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여러 발 공격하여 이에 대한 반격을 준비 중이니 분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징조를 보인다. 이번 팔레스타인의 종래에 없었던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중동의 분쟁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예견하기 어렵다.

<이상용(EB한미노인봉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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