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모사] 한인이민사회의 봉사자 고 유형섭선생님 영전에

2023-04-20 (목) 김희봉(버클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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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한인이민사회의 봉사자 고 유형섭선생님 영전에
오늘, 지난 30여년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한 북가주에서 한국 이민의 얼과 역사를 지키시고 보존하는 데 평생을 헌신하신 한 크신 어른의 영전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고 유형섭선생님은 1990년 상항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봉사에 나선 이래,한 세대 동안, 솔선수범의 정신으로 이민 사회의 역사 보존, 교육, 경제,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셨습니다. 더불어 덕망 높은 인품과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사람들을 품으시고 격려하시며 정작 본인의 공은 늘 숨기셨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선생님은1938년, 독립유공자 가문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거액의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처참한 고문으로 돌아가신 유상우, 유상규 두 애국지사, 백부와 숙부님의 정신을 올곧이 이으셨습니다.


선생님은 샌프란시스코 코리안센터 이사장으로 봉직하시면서 2011년 세종 학당을 개설하셨고, UC 버클리 Extension프로그램에도 한국어반을 신설, 한인 2세들과 미 주류사회에 체계적인 한국어와 문화 보급에 앞장서셨습니다.

또한 한인이민 역사 보존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셨습니다. 6.25참전 미국 용사들과 선교사들이 찍은 옛 한국 사진들, 버려질 뻔한 한인 이민들의 사진 기록들과 자료들을 사비를 들여 수집하고 모으셨습니다. 그 많은 자료들이 지금 한인역사박물관 설립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외에도 고인의 약력에 소개되었듯이 대한민국 광복회 미 서북부지회 이사로, 샌프란시스코 서울 자매도시위원회 위원으로, 상항교육봉사원 설립위원으로, 해병대 동지회원으로, SF 매스터 코랄 합창단 이사장으로. 버클리 문학협회 고문으로 두루두루 이민사회를 위해 봉사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민 사회를 위한 많은 봉사 뿐 아니라, 유 선생님은 기계설비 설계 전문,테드제이콥 엔지니어링 그룹의 중역 엔지니어로 두바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지의 대형 병원 건축설계에 참여하셨습니다. 2014년엔 중동 건축연구소에서 최고의 엔지니어로 선정되셨습니다. 그는 한인 이민 1세들의 롤 모델이자 성공한 개척자이셨습니다.

개인적으로,저는 직장이 가깝던 오클랜드에서 20여년간 유선생님과 가까이 지냈습니다. 훤칠하신 신사의 풍모와 너그러우신 선생님의 인품에 매료되어 인생의 큰 선배님으로, 흠모하는 큰 바위 얼굴로 사귐을 이어갔습니다.

가까이 뵈면서, 유 선생님은 민족의 스승,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실천 사상과 인품을 닮으신 참 훌륭하신 이민사회의 거목이자 대인 이심을 느꼈습니다. 늘 밝고 긍정적이시며 “Think globally, act locally”의 비전을 실천하신 행동가셨습니다. 이민 사회에 옳은 일이면 물심양면으로 솔선수범하시되, 공치사를 하거나 남 탓하는 말씀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셔서 돌아가시기 일주일전에 댁을 방문했습니다. 병색이 깊으셨는데도 굳이 휠체어를 타시고 거실에서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슬퍼하는 제게 “인생은 오십보백보네, 우리 모두 천국에서 뵐테니염려말게” 대범하게 죽음을 맞으시며 웃으시던 선생님의 야윈 손을 잡고 함께 울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들과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사시면서 행복한 사귐을 나누고, 큰 어른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은혜 잊지않겠습니다.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김희봉(버클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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