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박자박 소웁탐방 - 경산 자인·남산면 반곡지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경북 경산은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대구의 위성도시로 곳곳에 크고 작은 공단이 들어섰고, 대학도 10개나 된다. 대구에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이 사실은 대부분 경산에 소재한다. 팔공산 아래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라 산수가 빼어나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봄 한철은 어느 지역 못지않게 화사하고 눈부시다. 낮은 언덕과 드넓은 들판이 온통 분홍빛이다. 자두와 복숭아가 시차를 두고 농도를 달리하며 꽃을 피운다.
■300개 넘는 저수지 그중에 반곡지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초여름 날씨에 예년보다 일찍 봄꽃이 핀 탓에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나 꽃놀이 가려던 여행객이나 갈피를 잡기 힘들다. 경산도 8일 ‘복사꽃길 걷기’ 행사를 준비 중인데, 지난주 이미 화사하게 만개했으니 정작 행사가 열릴 때는 끝물이 될 듯하다.
이맘때 경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남산면 반곡지다. 제방 높이 6m, 길이 139m에 불과한 자그마한 저수지다. 그 제방에 수령 300년 된 버드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수면에 비친 모습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뤄 동화 같은 풍경을 빚는다.
여기에 저수지 주변 산자락이 온통 복숭아밭이라 동요 ‘고향의 봄’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아동문학가 이원수의 고향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울긋불긋한 꽃 대궐로 묘사된다. 반곡지 주변에선 연분홍에서 진분홍까지 농도를 달리하는 복숭아꽃이 하도 눈이 부셔 다른 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을 뒤편 산자락으로 눈길을 돌리면 제멋대로 뿌리내린 산벚꽃이 또 하얗게 봄날을 밝히고 있다.
경산에는 반곡지처럼 크고 작은 저수지가 300개가량 있다.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지역이라 오래전부터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저수지를 축조하고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각각의 저수지마다 지역민의 삶의 궤적을 반영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압량읍의 마위지는 신라 김유신 장군과 관련이 깊다. 김유신이 압량주 군주(軍主)로 부임해 기마 훈련장을 조성한 후, 말에게 물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낙들이 출정하는 남편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말의 귀를 씻었다고 해서 ‘마이지(馬耳池)’라 불렀다고도 한다. 현재는 주택단지에 둘러싸인 연못 주위로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도로변에는 말을 타고 달리는 김유신 장군과 뒤따르는 병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훈련장은 마위지에서 멀지 않은 언덕에 있다. 인공으로 쌓은 토성 위에 아무런 시설물 없이 둥그런 공터로 남아 있는데, 주변이 온통 공장과 창고로 둘러싸여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경산병영유적’이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천지 다음으로 넓은 남매지는 경산시청 바로 앞에 위치해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연못가로 벚나무와 개나리가 산뜻한 봄 빛깔을 뽐내고, 저수지 위로 연꽃봉오리를 형상화한 산책로가 놓여 있다.
■해골물 마신 원효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반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있다. 경산에 뿌리를 둔 원효·설총·일연 세 성현(三聖賢)의 역사 문화적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조성한 시민공원이다. 원효(617~686)와 일연(1206~1289)은 경산이 고향이고, 설총(655~?)은 원효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성현으로 올려놓았다. 2015년 개장해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대기업 삼성과 관련이 있는 시설로 오해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시골에 이렇게 큰 공원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넓은데, 의외로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벚나무와 자두나무 가로수길이 길게 이어지고, 주변 잔디밭에는 그늘 쉼터가 조성돼 있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서 음식 보따리를 펴놓고 봄소풍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물론 불을 피워 조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
경산=글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