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투고] 동양의 철학

2023-04-06 (목) 이상용 (오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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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국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 정신적 유산을 부여한 동양철학은 삼교(三敎) 삼학(三學)이 근원이다. 삼교는 유불도(儒佛道) 즉 불교, 도교, 유교를 말하는 것이며 삼학은 주역, 음양오행, 풍수학을 말한다, 동양 문화권에서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유교와 도교였다. 이중에도 유교가 만학의 으뜸으로 여겨왔다. 금세기에 와서 동양철학의 정신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연초에 한국에 방문해서 서울 전철을 타고 가던 중 옆에 앉은 대학생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리고 한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머뭇거리고 쓰질 못한다. 그러니 자기를 낳아준 부모의 성함도 한자로 적어 내기란 더욱 어려운 것이 자명했다. 이것이 될 법이나 한 것인가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장유유서 동양철학의 정신은 몸에 배어 있어 자리를 내어 주면서 장유유서의 한자는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자와 노자의 말을 되새겨보면서 동양철학의 근간을 소개하려 한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데 있어 세 번을 간하여도 듣지 않으면 소리내어 울면서도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子之事親也三諫而不聽則號泣而隨之, 자지사친야삼간이불청즉호읍이수지)이다. 요즘은 부모가 자식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를 죽이는 일까지 있다. 몇년전에 TV프로그램에서 아들부부의 꼬임에 빠져 집이 타인에 넘어가고 집에서 쫓겨난 노부부를 봤다. 얼마후에 도망간 아들부부를 TV프로그램에서 찾고 보니 아들은 의사였다. 아들이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집 판돈을 다 드리겠다고 했지만 그후 아들은 돈은커녕 그대로 또다시 잠적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기막힌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용돈을 안 준다고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죽이는 일도 있고, 늙은 부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재산을 가로채는 아들도 있다. 윤리 도덕의 종주국인 한국은 이제는 없다. 우리는 너무 발전만을 위해 앞으로 달리기만 했다. 우리가 성인들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모가 아직 건강하시니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나이가 있으시니 겁이 난다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父母之年不可不知也一則以喜一則以懼, 부모지년불가부지야일즉이휘일즉이구)이다. 요즘 부모 나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자식들이 얼마나 될까? 옛날엔 저렇게 부모를 염려하는 마음이 지극했다. 효도하는 자식치고 사회에서 잘못되는 일은 극히 드믈다.

▲도는 만물의 중심이니 선인에게는 보배요 불선인에게는 편한 곳이 된다(道者萬物之奧善人之寶不善人之所保, 도자만물지오선인지보불선인지보)는 뜻이다. 노자 스승의 말씀이다. 세상의 모든 종교나 사상은 권선증오의 정신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 즉 신도나 죄짓지 않은 사람에게는 복이지만 비신자이거나 죄를 지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재앙일 따름이다. 기독교의 교리는 신자에게는 천국의 보증인지 모르겠으나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지옥에 가야 한다는 소리요 저주일 뿐이다. 불교의 인과응보의 원리도 선한 공덕을 쌓은 사람들에게는 복이 될 것이지만 악행을 해온 사람에게는 역시 무서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노자가 말하는 도는 그런 것이 없다. 착하고 훌륭한 사람에게는 보배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도 편안한 곳이 되는 것이 도다. 어떤 종교도 선하던 악하던 똑같이 복된 개념은 없다고 본다. 어떤 사람이 악인이라 해도 도가 그에게 징벌을 가하는 일은 없다. 죄 지은 사람 악인도 편안하게 기댈수 있는 것이 도라고 노자는 말한다. 노자의 이런 태도에 다시 한번 숙연질 수밖에 없다. 노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유명한 말을 남기었다.

<이상용 (오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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