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친러국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고 미국에 핵무기 관련 모든 정보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에 의하면 양국이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며 양국 정보 이전을 하게 되어있다. 러시아는 이 조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전쟁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의 13세 소녀 마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마샤의 아버지가 당국에 잡혀간 후 2년 징역형을 받았다고 영국 BBC가 28일 보도했다.
아버지 모스칼레프의 변호사 빌리옌코가 보여준 그림에 의하면 왼쪽에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문구가, 오른쪽엔 러시아 삼색국기와 ‘전쟁 반대합니다”는 문구가 적혀져있다, 러시아 방향에서 미사일이 날아오자 아이의 손을 잡고 서있는 여성이 손으로 막고 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은 학교 당국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고 아버지와 둘이 살던 마샤는 국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로 보내졌고 아버지는 사라졌다. 현재 인권단체들은 러시아 사법당국의 처분을 비판하며 부녀의 재결합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한편, 지난 13일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워드 버거 감독) 가 국제장편영화상,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4관왕을 차지했다. 이 전쟁은 1914년 7월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의 전쟁으로 촉발되어 1918년 11월11일까지 전개된 인류 사상 최악의 소모전이었다.
제1차 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의 서부전선, 17세의 파울 보이머(펠릭스 카머러)가 고향친구들이 군에 입대하자 그도 포탄과 총알이 쏟아지는 전장으로 달려간다. 새로운 병기 기관총이 난사되는 가운데 독일군과 프랑스군은 서로 참호를 파고 웅크리고 앉아 죽음에의 공포에 떤다.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신참내기들은 집에 보내달라고 애걸한다. 전장엔 모험도 없고 애국심도 없다.
에리이 마리아 레마르크가 1929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1930년판, 1979년판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영화화되었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할리웃이 아닌 독일 출생 감독이 독일에서 제작, 독일인 시선에서 전쟁을 다루며 독일의 잘못을 짚어내고 반전 메시지를 드러낸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동부전선 바흐무트 전장은 6개월 동안 전투가 가장 치열하다. 도로가 강으로, 들판이 습지가 된 전장, 100여 년 전 진흙탕 참호에서 총알받이로 죽어간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군인들처럼, 속절없이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난 다음, 러시아 감독에 의해 러시아인 시각으로 부족한 군수물자와 명분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다루는 영화, 다큐, 소설이 나오기 바란다. 전쟁에 나간 아들을 둔 어머니, 자신이 왜 전장에 있는지 모르는 아들, 13세 소녀 마샤는 왜 아버지와 헤어져야 했는지 등의 이야기가 들어간 ‘동부 전선 이상 없다’ 가 전세계인들에게 잔인한 전쟁의 맨얼굴을 고발해야 할 것이다.
“이봐 전우여, 난 자넬 죽이고 싶지 않았어. 자네가 참호에 또다시 뛰어들더라도 얌전히만 있으면 죽이지 않을 거야. 난 자네가 뛰어들 때 자네의 수류탄을, 자네의 총검을, 자네의 무게만을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난 자네의 얼굴을 보고 자네의 아내를 생각하면서 우리의 공통점을 발견했어, 전우여! 부디 나를 용서해 다오! 우리는 이러한 공통점을 너무 늦게 깨닫고 말지. 자네들 어머니들도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근심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죽음과 고통을 똑같이 두려워하며 똑같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말이야. 전우여! 어째서 그대가 나의 적이 되었던가. 우리가 무기와 군복을 벗어던지면 자네도 나의 벗이 될 수 있을 텐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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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