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3월 설매화의 고백
2023-03-27 (월)
곽상희/계관시인 UPLI
나에게 겨울을 말하지 말아요
봄도 말하지 말아요
눈(雪)이 없는 겨울 굶주린 나뭇가지
맵게 흔들리는 건조한 바람
북에서 내려온 고드름의 오만이 천지를 흔드는 한,
여기 저기 낙엽처럼 떠도는 증오는 버려진 땅위에 쌓여
죄 없는 생명의 비가가 천지를 흔드는 한,
죽은 뿌리에서는 새 물의 꽃이 피어
두려운 침묵이 꿈을 인내하고
모험을 걸어 죽은 메뚜기 버려진 들
푸른 부채살이 펴지지 않는 한
봄도 아닌 겨울도 아닌 것이
그러나, 차가운 들판 꿈을 꾸고
옛 봄을 꿈꾸며 용맹스럽게
바윗돌 솟아나는 무지개꽃 꿈을 꾸는
지금, 지금은.
<곽상희/계관시인 UP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