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앙에세이 - 향기롭게 살다간 사라 권사님

2023-03-24 (금) 김영란/두리하나USA 뉴욕대표· 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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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신앙인이라면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긴 고난이나 짧은 고난을 겪게 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크고 작은 고통을 기도로 극복하면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가장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주는 축복의 고난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모든 어려움들을 견디어 내기도 하고 힘차게 고난을 딛고 일어서기도 한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주는 축복의 고난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말할 수 없는 물질의 어려움으로 시달리거나 견딜 수 없을 만큼 깊은 병고의 고통이나 또는 가정이나 자녀들 문제로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거나 하여 자기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비로소 하나님 앞에 엎드려 간절히 매달리곤 한다.

이 축복의 고난 속에서 심한 질병의 고통으로 나날을 보내면서도 오직 주님만 붙들고 찬송과 기도를 쉬지 않는 아름다운 신앙의 사라 권사님이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나 주님 품에 안기었다.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십여 년을 병명도 알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한번도 주님을 원망하는 모습이나 자신이 한숨 쉬는 일이 전혀 없었다. 오랜 세월을 우리 곁에 있으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탈북 자녀들이 제 3국에서 구출되어 이 곳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불쌍하고 가엾다고 이들을 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곤 하시던 권사님…

두리하나 선교사님들에 의해 구출되어 이곳까지 기적적으로 오게된 탈북자들이 도착만 하면 집을 얻어 주고 학교 가는 일부터 탈북 자녀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생활비도 아낌없이 주며 친자식 이상으로 돌봐 주었다.

이렇게 당신의 연약한 몸은 잘 돌보지 않고 어렵고 불쌍한 사람만 보면 마음 아파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참 많이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이렇게 사라 권사님은 십여 년이 넘도록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펴게 된 동기를 우리 기도팀들에게 가끔 간증하곤 했다.

십여 년 전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등과 허리가 몹시도 뻐근하고 견딜 수 없이 아파와서 아침에 서둘러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는 척추 골수암 초기였다고 한다. 긴 시간 수술하는 동안에 비몽사몽간 어디서 아름다운 찬양소리가 들려와서 소리나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화려한 진주문이 열려 있었다고 한다.

그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진주문이 갑자기 닫히면서 너는 아직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고 권사님은 마음이 섭섭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해서 엉엉 울고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 깊은 골짜기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와 놀라서 깨어 보니 이미 수술이 다 끝나서 회복실에 와 있었다고 전했다.

사라 권사님은 그것은 분명히 천국과 지옥이었다면서 우리 기도팀들에게 믿음을 북돋아 주었다. 탈북녀들이 많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도록 기도해 주었다.

세상에 나가서 헛된 것(술) 먹지 말고 헛된 곳에 빠지지 않도록 믿음을 심어주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들꽃처럼 향기롭게 살다가 3월 초 주님께서 밝은 햇빛으로 아침을 열어 주시던 날, 고요히 미소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나의 시간 드리니 주여 받아 주셔서 평생토록 주 위해 봉사하게 합소서 ” (나의 생명 드리니 찬송 348장)

<김영란/두리하나USA 뉴욕대표· 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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