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우들과 추억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

2023-03-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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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

“전우들과 추억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

2020년 1월 31일 제13대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 이취임식에 다같이 모였다.

한국 국군의 베트남전 참전은 1964년 9월11일 1차 파병을 시작으로 1973년 4월까지 9년간에 걸쳐 32만5,517명이 파병되었다. 베트남참전전우들은 힘든 이민생활도 생과 사를 가르던 베트남전에의 경험으로 씩씩하게 헤쳐 왔다. 베트남전 50년이 지났어도 이들의 전우애는 여전히 뜨겁게 살아있다.
“전우들과 추억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

베트남 전에서 살아남아 미국까지 와서 살리라 상상도 못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몇 명의 전우가 감사미사를 올렸다. 작년 사순절 시기에 미사를 본 후. 함께 한 전우들. 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김태영 부이사장, 남성복 펜실베니아 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장, 백돈현 호장, 퀸즈성당 김문수 안드레아신부, 서병문 수석부회장.


▶참전용사 권익증진·친목 활동⋯3월25일 ‘베트남 베터런스 데이’
▶“이민생활도 베트남전처럼 각개전투” 생업현장서 치열한 생존
▶ 아시안증오범죄 판치자 ‘자율방범대’ 발족 지역사회 지키기도

▲이민생활도 ‘각개전투’ 처럼
1994년 5월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가 결성됐다. 심재희 초대회장에 이어 제13대 회장(2020년 1월31일 취임)에 이어 제14대 회장(작년 3월26일 취임)으로 연임한 백돈현 회장과 집행부가 참전용사들의 권익증진과 친목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1994년 5월5일 초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모임에 300명 정도가 모였다. 정기적인 월례회를 열기도 했으나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돌아가신 분도 많다. 코로나19도 사라지고 있으니 올해에는 자주 모이려고 한다.”고 백회장은 말한다.


현재 뉴욕의 회원들이 200명 정도, 150명이 카톡 명단에 있고 70명 정도가 활발하게 전우회 활동을 한다. 이 모임에는 해병청룡부대, 육군맹호부대, 백마부대, 십자성 부대(군수지원단), 비둘기부대(건설지원) 출신들이 모이는데 여느 한인단체와는 다른 특색이 있다.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에서 전우들이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고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사력을 다했던 이들인지라 뉴욕 이민생활도 남달랐다. 맨손으로 이국땅에 왔어도 거칠고 힘든 이민생활을 씩씩하게 개척했다.

다른 이민자들과 똑같이 식당, 야채가게, 목수, 세탁소, 부동산업, 뷰티 앤 헬스업 등등 생업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민생활도 베트남전처럼 각개전투다.’고 표현한다.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 회원들은 1950년생이 마지막 파월자로 현재 평균 연령이 78~79세, 전우들과의 추억을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를 받고 있다. 현재 집행부는 회장 백돈현, 수석부회장 서병문, 부회장 양상훈, 총무/부회장 송태보, 이사장 함동윤, 부이사장 김태영이다.
“전우들과 추억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

뉴욕주에서 참전공로증을 한국군월남참전용사에게 발행했다. 알바니 뉴욕주 상원의장과 이명국 당시회장 (2015년 9월)


▲참전용사 권익증진
1년에 4~5번 정도 정기적인 행사를 치른다. 매년 11월11일 베테런스 데이(Veterans Day) 추모식 및 도보행진, 총회 및 연말파티, 신년하례식, 여름야유회와 체육대회 등을 연다.

3년 전 베트남 베터런스 데이가 3월25일로 제정된 바 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노고와 희생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작년 3월26일에는 브루클린 캐드만플라자에 있는 베트남전메모리얼에서부터 브루클린 브리지, 로우 맨하탄을 통과하는 ‘Tribute March(3.2마일) 후에 55 워터 스트릿의 베트남베테런스 메모리얼 플라자에서 헌화 및 전사자 호명의식도 거행하였다. 제임스 핸돈(James Hendon) 뉴욕시 재향군인국 커미셔너도 3.2마일 도보 행진에 참가하였다.

올 3월25일에도 이 행사가 치러진다. 미 50개주에는 베트남재향군인회(VVA)가 활동하고 있는데 6년 전 맨하탄 챕터126에 가입한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도 이 날 함께 행사를 치른다. 또 오는 8월10일은 뉴욕시 고엽제의 날(Agent Orange Day in NYC)이기도 하다. 22년 제1회 고엽제의 날 행사를 치렀다. (제임스 핸돈 및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참석)

“한국정부에서는 현재 1년에 2번 참전수당을 주며 현재 고엽제 후유증 당사자와 고엽제후유의증으로 나눠 등급에 따라 고엽제 수당이나 치료를 해주고 있다.”(김석환 예비역 대령)


고엽제(Agent Orange Expose) 후유증인 심장질환, 피부병, 전립선 이상, 병명이 정해지지 않은 병은 대를 이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는 회원들의 권익보호 강화 일환으로 미 연방보훈부가 제공하는 의료혜택을 미참전군인과 동등하게 받고자 4년 전부터 의료지원법안 H.R. 5590을 건의했었다. 작년에는 연방하원의원들의 지지서명을 받은 H.R. 234 Act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문턱을 못넘었다. 올해 H.R.366 Act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

2021년 미 전국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지속되자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는 ‘자율방범대’를 발족했다. 109경찰서 관련교육 이수 후 플러싱에서 3개월간 증오범죄 방지전단지 및 호신용 호루라기를 배포 했다.
“전우들과 추억 공유하며 이민생활에 위로”

3월에 만난 전우들. 뒷줄 왼쪽부터 임종상(67~70년 백마28연대), 서병문수석부회장(67~68년 십자성부대). 손덕용(66년~68년 탱크기갑부대 상사), 오문택(백마부대 병장), 이민호 전 회장(68년 맹호부대 작전담당), 양상훈(69~71년 2월 백마사단 병참부), 아랫줄 왼쪽부터 이행자 간호행정장교(71~72년 십자성102후송병원), 백돈현(70~72년 백마보안부대,28연대조 및 공작조), 김석환(맹호부대 화학소대장, 68~69년), 김수웅(69~71년 맹호부대 중위), 이명국 전 회장(68~70년 맹호부대 의무병장) 그 외 송태보 총무 및 부회장(64~65년 LSD815 후방 물자수송)이 모였다.


▲피로 뭉친 전우들
한편, 2015년에는 뉴욕베트남참전유공자전우회 회원 16명이 베트남을 방문, 한국군 주둔지가 있던 깜란, 나트랑, 홍카우, 퀴논, 다낭, 최북단 하노이까지 갔다왔다. 한인2세들에게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맹호부대가 작전에 이긴 꾸멍고개 곳곳에 베트남정부가 ‘애국선열유적지’ 라고 쓰인 뻘건 비문을 세워놓고 있었다. 나트랑, 퀴논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맹호부대, 백마부대 출신 전우들이 각자의 전투지역에서 대표 발언했다.”(이민호 전 회장)

회원들은 베트남전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한마디씩 한다.
“장갑차 부대 소대장으로 주요전투에는 다 참여했다. 68~69년 베트남전쟁이 가장 치열했다. 내 품에서 많은 전우들이 죽었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전우들, 지금도,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난다.” (김수웅 예비역 중령)

“헬기가 병원에 도착하면 간호사, 위생병 모두 뛰어나간다. 사상자를 가려내어 부상자는 비행기를 태워 국군대구통합병원으로 보낸다. 한달에 2번 영혼고별식을 한다. 전신이 새까맣게 탄 병사도 있고 육신의 흔적이 없어서 뼈를 여러 상자에 나누어 담기도 한다. 죽는 순간, ‘엄마’를 찾는다고들 하는데 아니다. 죽어가면서 ”우리 선임하사님은요? ”, “우리 상병은?” 하고 찾는다. 그야말로 피로 뭉친 전우들이다. ” (이행자 간호장교 출신).

이들은 모두 전쟁에서 사람의 생명은 생명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끔찍한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김세레나, 하춘화 등 연예인들이 베트남위문공연을 수시로 오면서 여성 팬티와 브래지어를 몇 박스씩 갖고 와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다. 여성속옷을 갖고 있으면 죽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으로서 최초의 해병파병인 베트남전은 이를 통해 외화획득과 국군의 현대화에 기여했으며 한미외교가 강화된 면이 있다. 한편, 베트남전에서 한국군 5,099명이 사망했고 1만1,000명 정도가 부상했다.
현재 미국에는 약 3,000명 정도의 한인 베트남전 참전용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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