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사와 같은 연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2023-03-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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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필하모닉 하이라이트

▶ 한국계, 바이올린의 ‘신성’, 랜들 구스비 디즈니홀 데뷔…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연주,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도

“천사와 같은 연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한국계 신성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왼쪽)와 핀란드 출신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 [LA필하모닉 제공]

남가주의 한인 클래식 팬들에게 특별한 연주자의 공연을 들을 기회가 다음주 찾아온다. 오는 30일과 31일 한국계 혈통을 가진 젊은 신성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Randall Goosby)가 LA 필하모닉과 함께 가지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데뷔 무대가 그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1세기의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구스비는 이번 디즈니홀 첫 데뷔 무대에서 바로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이기도 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D장조 작품번호 35를 LA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올해 27세인 구스비는 데카 음반사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혜성처럼 등장, 미국 흑인 작곡가들의 음악에 천착한 데뷔 앨범이 극찬을 받았다. 구스비가 지난 2021년 데카를 통해 발표한 데뷔 싱글 음반의 제목은 ‘뿌리(Roots)’로, 미국 흑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표현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LA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로부터 “천사와 같은 연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새로운 이름” 등의 호평을 받은 구스비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얼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츠하크 펄먼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구스비의 연주는 마치 스승 펄먼을 연상케하는 깊고 따듯한 음색과 강렬하면서도 자유롭고 섬세한 연주가 강점으로 꼽힌다.

사실 구스비의 LA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할리웃보울에서 스승 펄먼과 함께 무대에 올라 바하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해 스승과 제자가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가주 샌디에고가 고향인 구스비는 흑인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일본에 가서 영어를 가르칠 당시 재일 한국인 3세인 모친을 만났고 이들이 미국에 와 결혼을 해 태어난 2남1녀 중 구스비가 장남이다.

특히 모친의 음악에 대한 열정의 영향을 받아 7살 때부터 집중적인 바이올린 교육을 받기 시작한 구스비는 가족들이 플로리다주로 이주한 뒤 이미 9세 때에 잭슨빌 심포니와 첫 협연을 펼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15세 때 펄먼를 사사한 뒤 그의 인정을 받아 줄리어드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 석사학위와 아티스트 디플로마까지 마쳤으며, 줄리어드 재학 당시 역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캐서린 조 교수를 사사했다.

구스비는 한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음악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불고기·갈비·비빔밥 등 한식을 좋아하고 특히 김치는 빼놓지 않고 먹을 정도로 한국적 문화에도 친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스비의 이번 LA 필하모닉 협연 무대 지휘봉은 핀란드 출신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지휘자 달리아 스타세브스카(Dalia Stasevska)가 맡는다. 스타세브스카는 BBC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이자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세계적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는 30일과 31일 디즈니홀 공연의 주제는 ‘차이코스프키와 시벨리우스’로, 스타세브스카 지휘자는 구스비와의 차이코프스키 협연에 이어 핀란드의 국민악파이자 낭만파 작곡가인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을 LA필의 연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서정성과 에너지가 함축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시벨리우스가 자신의 개성과 핀란드적 정취를 듬뿍 담은,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교향곡인데, 특히 지휘자 스타세브스카의 집안이 시벨리우스의 후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스타세브스카의 남편이 바로 시벨리우스의 외증손자라고 한다.

한편 구스비는 이번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데뷔 이후 오는 6월 첫 내한 공연도 가질 예정이어서 올해는 남가주 한인들은 물론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구스비의 연주를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구스비의 어머니의 모국 데뷔 무대는 6월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구스비와 스타세브스카의 ‘차이코스프키와 시벨리우스’

-공연 일시: 3월30일(목) 오후 8시
3월31일(금) 오전 11시

-티켓: www.laph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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