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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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안전해야 도시가 살아난다

2023-03-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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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K씨는 LA다운타운에 있는 직장까지 매일 메트로 전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것보다 시간이 절약되고, 트래픽과 비싼 주차료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매일 걷는 양이 상당해 건강도 좋아졌다고 메트로 예찬론을 편다.

그런데 요즘 K씨의 메트로 찬가는 쑥 들어갔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전철과 역내 환경은 물론 노숙자와 마약중독자들이 진을 치면서 더 이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린 올겨울에는 전철 안에서 ‘사는’ 홈리스의 수가 부쩍 늘어나 매일 그들과 함께 출퇴근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메트로 대중교통, 특히 전철 내에서 범죄가 급증하고 마약 관련 사고도 갈수록 심각해져서 주민들이 탑승을 기피한다고 LA타임스가 지난주 보도했다. 올 들어 메트로 전철에서 사망한 사람이 무려 22명, 작년 한 해 동안의 사망자 수보다 많고, 대부분 약물과다 복용, 특히 요즘 크게 문제가 되는 펜타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지난달 말에는 윌셔/웨스턴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한인 남성이 흑인 등 20대 불량배 4명에게 갑작스러운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뉴욕에서도 다수의 인종혐오범죄가 전철역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인 및 아시안 주민들의 메트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전철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며 갈수록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 지하철 이용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안전이다. 메트로 교통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 예산을 2억 달러까지 늘리고 수년간 각 지역 경찰국 및 셰리프와 공조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메트로 안전은 단순히 단속과 순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홈리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마약중독 및 정신건강 케어 등 소셜 서비스의 대응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메트로 버스와 전철은 저소득층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이다. 또 대중교통의 활성화는 환경문제와 직접 연결돼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할수록 자동차 운전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메트로 교통국이 하루 빨리 안전한 시스템을 확립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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