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니체 철학의 행복론

2023-03-22 (수)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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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니체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외롭고 고독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스물다섯 살에 박사학위도 없이 스위스의 명문 바젤대학의 교수가 된 천재였다. 그는 다른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삶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았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질병과 싸워야했으며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 살다가 지병으로 인해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이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랑자의 신세가 되었다. 또한 사랑했던 여인 루 살로메와도 이루어지지 못해 엄청난 실연의 상처에 시달렸으며 퇴직한 대학에서 연금이 끊기자 난로 피울 돈도 없어 추위에 떨며 글을 써야하기도 했다.

이렇듯 질병과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위대한 철학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사유를 담은 수많은 저서와 기록을 남길 수 있었으며, 이러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행복한 삶이었다고 생각했을까?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불행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그는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행복을 식물의 성장에 비유했다. 인간은 세상의 슬픔 바로 옆 온갖 재앙을 쏟아내는 화산지대 위에 행복이라는 작은 정원을 가꾸는 존재라고했다. 행복이라는 나무는 불행이라는 나무와 함께 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을 원한다면 불행이 찾아왔을 때 받아들이고 잘 극복해야하며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원하는 행복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이자 최고의 선(善)으로 보았다. 우리는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을 불행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우연한 일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며 사소한 것들의 기쁨이 소중한 행복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언제나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마냥 즐거워할 수만도 없다. 언제 불행이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행이 찾아왔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 또한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진흙으로 만든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그런데 그의 집에는 절대로 열면 안 되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판도라는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그 ‘행복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순간 상자 안에 있던 모든 재앙들이 튀어나왔다. 상자 안에는 단 하나의 재앙만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아있는 희망 때문에 우리의 삶은 행복과 불행의 혼재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행복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니체는 인간의 삶이 불행하게 된 원인을 판도라의 상자 안에 남겨진 희망에서 원인을 찾는다. “희망은 참으로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희망은 인간의 괴로움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니체가 말하는 희망은 기대감과 괴로움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고통과 불행에서 해방될 수 있는가? 손을 대기만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패로 인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내려앉기도 한다. 니체는 말한다. “행복에 이르는 단하나의 길이란 없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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