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미술가 조숙진 프로젝트 ‘아트 채플-기도의 집’
▶ 예술과 건축 결합 ‘십자가 모양’으로 투사되는 빛,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는 혼자 만의 기도 공간…니카라과·과테말라 이어 엘살바도르 3번째 완공
과테말라 안티구아의‘아트 하우스 채플-기도의 집’에는 700개의 버려진 것들을 매달아 만든 조숙진씨 설치작품 ‘부활’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창문을 통해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기도의 집.
엘살바도로에 예술과 영감으로 가득찬‘기도의 집’(Art House Chapel)이 건축 중이다. 니카라과, 과테말라에 이은 세 번째‘아트 하우스 채플’. 뉴욕 거주 아티스트 조숙진씨가 김영자 아트 컨설턴트의 커미션을 받아 완성한 기도의 집은 빛의 움직임이 신비하고 버려진 것들이 부활한 공간이다. 김씨의 후원으로 2018년 니카라과에‘Art House I’이 들어섰고 2022년 과테말라 안티구아에‘The Art House Chapel II- A Space for Prayer’이 완공됐다. 그리고 다른 후원자가 의뢰한 세 번째 ‘엘살바도로 기도의 집’이 오는 4월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남미의 낙후된 지역에서 한인들이 건립하는 선교센터를 찾아 김영자 아트 컨설턴트가 진행하고 조숙진씨의 설치작품이 전시되는‘아트 하우스 채플-기도의 집’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 빛의 움직임이 채워주는 ‘비움의 공간’
‘아트 하우스 채플-기도의 집’은 예술과 건축이 결합한 작업이다. 사람들을 위한 ‘예술과 영감으로 가득찬 아트 채플’을 만들고 싶었던 조숙진씨의 꿈을 실현시킨 프로젝트. 유리창문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빛이 십자가 모양으로 신비롭게 투사되는 공간이다.
조숙진씨는 “과테말라 기도실(Prayer Room)은 20x20피트의 아주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천장의 높이를 26피트로 올렸다”며 “그 장소를 처음 보았을때,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그 곳에서 어떻게 마음을 주고 받을 지 상상이 갔다”고 밝혔다. 안티구아에서 많은 유적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종교적인 유적들, 그것들이 어떻게 보존되었는지 등을 유심히 살폈다. 식민지 시대 이전의 토착 마야 사원 형태를 의식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경사 지붕을 만들었다.
빛을 주요 요소로 사용한 그는 “창문을 통해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었다. 그렇게 들어온 빛은 ‘마법’ 같았다”며 “벽과 천장에 다른 모양의 창문을 만들었다. 그 창문들은 외부에 있는 빛을 내부로 모은다. 또, 빛은 태양과 하루의 시간에 따라 공간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큰 유리 창문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창을 통해 멀리 산꼭대기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교 센터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그 유리창을 가리고 싶어해서 내부에 두 개의 나무 패널로 유리창을 막도록 창문 덮개를 설계했고 나무 창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조숙진씨는 “나무 창문 가운데 1인치도 안되는 십자가 모양의 간격을 만들었다. 이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벽과 바닥에 십자가 모양으로 투사된다. 실제로 빛의 움직임은 하루 종일 변화하여 정말 매혹적이고 신비하다”고 말했다.
■ 수집한 버려진 재료가 ‘예술 작품’으로
과테말라 기도의 집 한 구석에는 700개의 오브제가 매달려있는 설치작 ‘부활’(Resurrection)이 자리잡고 있다. 조숙진씨가 뉴욕시와 한국, 과테말라에서 수집한 버려진 재료들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나무 재료는 대부분 갈색, 어두운 색인데 과테말라의 삶과 문화를 담은 색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것들이 따뜻함과 풍부한 질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 ‘부활’은 죽음 이후의 삶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가 자신의 희망을 상징한다. 조숙진씨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 700개의 오브제들은 모두 형태와 크기가 다르며 서로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에서 왔는데 이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뭔가 특별한 것을 경험하기를 정말 원한다는 그는 “현지인들은 그들만의 예술적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다”며 “그들이 기도실에 있는 동안 미술관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고 영적 참여와 치유를 경험하기 원했다. 그래서 최대한 기도실의 공간을 비워두려고 했다. 사람들이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빛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공간에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원 다닐 때 캔버스와 오일 물감을 살 수 없어 저렴한 소재, 합판을 찾아야 했다. 캔버스 하나 값으로 합판 10장을 살 수 있었지만 교수로부터 재료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되레 무언가를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재료를 더 탐구하기 시작했고 저만의 언어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길거리나 쓰레기 수거함에서 제가 필요로 하는 재료들을 찾았어요. 먼지처럼 사라졌을 사물들이었죠. 그 재료를 활용해 살아있는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후원으로 제4·5 아트 채플 건립되길
아트 채플은 오렌지카운티 한인교회(담임 남성수 목사)를 다니는 아트 컨설턴트 김영자씨가 선교지를 다니다가 기획한 프로젝트다. 2017년 교회 선교팀을 따라 니카라과에 갔던 그는 선교 센터에 머물며 팀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집에서 새벽 기도를 다니다가 건물 뒤에 쌓여 있는 녹슨 의자들을 주시하게 되었다. 김영자씨는 “선교사들이 예배당 건축을 많이 해 예배 장소는 크고 많은데 개인적으로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버려진 의자들을 보면서 조숙진 작가의 작품을 떠올렸다. 이후 조 작가를 만나 ‘기도의 집’을 지어서 선교센터에 도네이션하는 게 어떨까 의향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버려진 의자들을 찍은 사진을 본 조숙진 작가가 흔쾌히 재능기부 의사를 밝혔고 김영자씨는 건축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아트 채플 제작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7년 니카라과, 2022년 과테말라 기도의 집이 완공되었고 다른 후원자가 나타나 2023년 엘살바도르 커미션이 진행되었다.
“기도실에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무엇을 느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버려진 성전이라도 ‘공간 자체가 주는 힘’이 느껴지는 곳이 있죠. 기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끌 수 있는 공간, 영적 개입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원했는데 조숙진 작가의 아트 채플이 ‘하나님과 내가 일대일로 만나는 공간’을 탄생시켰어요. 엘살바도르 기도의 집 처럼 다른 후원자가 나타나 온두라스, 멕시코 국경 인근에도 ‘기도의 집’이 생겨나갈 기대합니다”
후원 문의 (714)743-9638 김영자 아트 컨설턴트 ssy1945@yahoo.com
■조숙진 약력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l 프렛 인스티튜트 페인팅 석사 l 1993년 KAFA 미술상 수상 l 2008년 하종현 미술상 수상 l 2010년 스위스 바젤 펠로우십 l 국립현대미술관, 헌팅턴 뮤지엄, 아르코미술관 등 작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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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