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나의 편 만들기

2023-03-09 (목)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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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편을 나눠 고무줄놀이나 다방구(술래잡기 놀이의 하나), 공놀이를 했다. 같은 편이 되면 서로 돕고 격려하며 게임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겼을 때 함께 기쁨을 나눴고 졌을 때는 다음에 이기자고 결의를 다졌다. 나와 같은 편만 되어도 전에 없던 의리가 막 생기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세월이 지나니 나의 편이라 생각했던 친구들도 가물가물해지고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한때는 나와 생각이 같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까지 맞아서 의지했던 나의 편인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도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것 같다. 물론 아주 오랫동안 연락하는 사이도 있지만 사는 곳이 멀어지면 대화도 뜸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나의 편은 누구일까? 혈연관계여서 끊을 수 없는 가족과 같은 나의 편을 빼면 그 다음은 남편일 것이다. ‘남의 편’이 ‘남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예전부터 부부 사이를 빗대는 말들이 많았다. 퀴즈 프로그램에 나온 노부부가 부부 사이를 ‘평생 원수’라고 했고, 또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찍으면 남’이라고 했지만 인생에서 절대 가벼울 수 없는 사이가 부부 사이이다. 결혼을 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만 날마다 좋을 수 없기에 애증의 관계가 되기도 한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조금만 다른 부분이 발견되면 참고 맞춰나가기보다는 쉽게 사람을 바꾸려 든다.

나도 결혼한 지 30년이 되어간다. 남편도 나도 혼자 살았던 시간보다 같이 살아온 세월이 더 많아졌다. 그동안 서로 맞지 않던 성격도, 습관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고 맞춰졌다. 무엇보다 동거동락하며 어려웠던 일, 기뻤던 일, 실패했던 일, 성취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참 많은 시간을 같은 편이 되어서 해결해 나갔고 이루었다. 이젠 내 나이도 오십 중반이다. 젊었을 때는 관계의 허상을 좇아서 보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위안이 되고 마치 괜찮게 살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 수도 가질 수도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인간관계는 감정이 흐르는 것같이 흘러간다.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사람 마음과 감정을 묶어둘 수 없다. 주어진 일과 상황을 나누는 공간과 시간이 같으면 직장동료가 되고,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는 사이면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나 직장동료, 이웃은 상황과 공간이 허락치 않으면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이란 약속으로 묶여진 사이가 되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부부는 같은 편이 되어서 많은 시간을 공유해야만 하는 사이다. 인생에서 진정한 나의 편이 한명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살아갈만하며 성공한 것이 아닐까? 나를 가장 잘 알고 믿을만하며 편안한 나의 편을 30년 시간을 보내며 만든 것 같아 든든하다. 앞으로도 그 시간 위에 더 단단해져서 서로에게 기쁨과 활력,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좋은 편이 되길 소망한다.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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