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는 생전에 “객지에서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 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록 뉴욕을 떠나서 서부에서 살고 있지만 뉴욕 그리고 플러싱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젊은 시절 느꼈던 뉴욕이 그리워진다. 마치 친정 소식이 그리운 새색시처럼, 언제나 고국 소식이 그리운 이민자처럼 나는 뉴욕을 꿈에도 잊지 못한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고 강산이 세번 이상 바뀔 만한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은 자기가 어릴적 뛰놀던 곳을 잊을 수 없나 보다. 늘 친정과 조국의 평화와 발전을 기도해 가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뉴욕의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들려오는 소식은 나를 몹시 우울하게 한다. 회장후보의 자격, 투표소 위치 등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현회장의 상식 밖의 태도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그리고 축제 분위기 속에서 차기 회장이 선출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숭고한 책임이 있는 현회장이 선거를 앞두고 회칙을 개정하는 행위나 ‘2세 회장 시대’ 등의 발언은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꼼수 발언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반민주적, 반문명적인 공산권 독재자들이 후계자를 추천 또는 키우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현집행부는 반세기가 넘는 뉴욕한인사회의 초석을 다져온 1세대와 앞으로 한인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2세대 사이의 갈등과 동포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즉각 멈추고 동포사회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뉴욕한인사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히 부탁 한다.
한인사회 단체장은 투철한 봉사 정신과 나라사랑 하는 마음이 가득한 모든 한인에게 자유롭게 열려야 한다.
한인회 봉사나 근무경력자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끼리끼리’의 세습을 부추기는 악습을 되풀이 할 뿐이다.
추위와 강풍 그리고 폭설로 힘들었던 긴 겨울이 물러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다. 머지 않아 내 고향 뉴욕에서 훈훈한 축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린다.
오늘 같은 날은 세븐 트레인을 타고 맨하탄을 가고 싶어진다. 꿈속에서 플러싱 공원도 걸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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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환/11대 플러싱한인회· 교육문화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