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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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머피의 법칙

2023-02-24 (금) 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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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이었던가, 그날따라 비바람이 불고 약속들이 밀리다 보니 다음 약속 시간 맞추기가 빠듯했다. 게다가 퇴근 시간까지 겹쳐 프리웨이를 피해 로컬 길로 들어섰다.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는데, 웬일인지 로컬 길도 막혔다. 무슨 일인가 보니, 길 입구에 ‘진입 금지’ 사인이 떡 하니 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어쩌나 싶어 무작정 옆의 길로 방향을 돌려 갔더니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이었다.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다시 프리웨이로 들어가려니 그 사이에 차량 줄은 더 길어졌다. 간신히 프리웨이에 진입했더니 이제 개스량 측정바늘이 바닥눈금을 가리켰다. 에고 에고!! 등에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일단 만날 분께 사정을 이야기해서 약속시간을 늦춘 후 주유소에 들러 개스를 채우고 겨우 도착하니 거의 1시간 이상 늦어 버렸다.

되는 일이 없이 계속해서 일이 꼬일 때 쓰는 ‘머피의 법칙’,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는 내겐 매우 친숙한 구절이다. 그리고 잘못된 일은 꼭 최악의 순간에 터지곤 한다. 문득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샐리의 법칙’도 생각이 났다. 누군가는 늘 샐리의 법칙을 경험하는데, 열심히 움직이는 나한테는 왜 머피의 법칙이 잦을까?? 정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단지 운이 나빠서 그런 걸까?
감사하게도 또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좀 서둘러 미팅을 끝내고 넉넉하게 출발했더라면, 오히려 예기치 못했던 상황은 안 생겼을 수도 있다. 좀더 지혜롭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 앞에는 불운도 피해 갈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운을 갖게 된다(토마스 제퍼슨)”, 우리 말에도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운이 70%이긴 하지만, 30%의 노력이 없으면 오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좋은 일은 예상치 못한 때에 온단다. 이런 면에서 나는 뭔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정작 시간 관리에 있어 게으름을 좀 피웠던 듯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불행을 겪었다 해서 손 놓고 있을 필요 또한 없다. 행운과 불행은 이웃이라서 연달아 오기도 한다. 불행의 연속인 머피의 법칙을 만나더라도,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되듯,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 행복은 두배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의 운명이 다 같을 수는 없다. “내게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용기있는 가슴으로 불행에 맞서라”고 한 키케로의 말처럼, 인내와 긍정의 힘으로 행운을 얻어 낸다면, 불행은 오히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될 것이다.

<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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