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마음의 힘, 평정심 기르기

2023-02-23 (목)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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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아이가 오늘은 무언가 맘에 안드는 일이 있는지 짜증을 낸다 싶더니 아빠와 언쟁을 벌였다. 집안에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이 있으면 늘 살얼음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우리 집이 그렇다. 그렇지만 큰 마찰은 없었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싶었는데 오늘 딸아이가 학업 스트레스를 폭발시켰다. 평소 늘 관대하던 남편이 불만을 쏟아내는 딸아이에게 조목조목 설명하며 달래는 것 같았다.

요즘 시대는 참고 인내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라고, 화를 쌓아두기보다는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멘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자기 좋을 대로 감정을 표출할 경우 상대방도 참을 수 없게 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화를 참지 못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을 분노조절장애자라 하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이 병으로 발생되는 범죄도 나오고 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을 한의 민족이라 불렀으며, 동방예의지국, 선비의 나라라고 칭했다. 매우 정적인 표현들이다. 그러기에 내가 어렸을 때는 밖으로 화를 표출하기보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다. 분노를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어른이 되는 성숙함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이 평정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고, 마음도 조금 너그러워지는데 그건 아마도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낸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일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배워나가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참을성을 길러주고 또 베풀 줄도 아는 여유가 얼마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지 알려주며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분노로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이기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보다는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 입장과 생각을 이해해 보려 하거나 좀 더 여유를 갖고 스스로 평화로움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진짜 강한 멘탈의 소유자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힘을 어떻게 기를까? 독서가 좋을 듯하다. 독서는 자신을 만나는 정적이고 조용한 시간이며, 삶의 지혜를 구하는 시간이다. 또 독서는 머리를 쉬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간접 경험을 하게 되니 그것도 좋다. 책읽기를 통해 나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고, 내 가치관을 더 확고히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산책이나 사색도 좋을 것 같다. 갱년기인 나도 사춘기 우리 딸과 동네 한바퀴 돌며 봄꽃도 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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