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 투고] 나를 따르라

2023-02-20 (월) 강현진(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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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보병학교에 가면 정문 위에 ‘나를 따르라’는 큰 표어가 붙어 있다. 대한민국 장교(육사, ROTC, 3사관학교, 학사장교)로 임관하면 반드시 이 문을 통하여 학교에 들어가 12~16주동안 초급 군사훈련과 지휘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군사훈련을 받는데, 특히 집중되는 훈련은 야전에 운용되는 전술학, 작전 통솔력, 참모 업무 등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독자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군의 사명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 군의 목적이라는 것, 특히 장교는 많은 부하의 생명을 이끌고 전투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도 군생활을 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군 장교 생활을 하면서 전방에서 많은 병사를 지휘하면서 느낀것이란, 내 명령 하나에 수십수백명의 생명이 좌우된다는 것이고, 이것을 생각할 때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 주어진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내가 맡은 직책에 충실히 임하며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직책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마찰이 생기는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부끄럽지 않게 그 직책에서 물러나려고 한다. 누구나 직책을 맡으면 최선을 다하여 그 임무를 수행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큰 용기와 희망을 주고 직책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워준 보병학교 훈련을 가장 자랑한다. 나는 한인사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를 조언하고 싶다.


첫째는 어떤 단체든지 이끄는 책임자에게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 그리고 사명감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 직책에 걸맞는 지도자가 되라고 충고하고 싶다. 만일 그 직책을 맡고 이름값을 못한다면 그 단체의 구성원을 속이는 부끄러운 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처신했으면 한다. 그 판단은 그 사람 몫이니깐.

두번째로는 자기가 맡은 임무가 무엇이며 그 단체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늘 긴장된 마음으로 효과적인 사업을 개발하여 구성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지 못하고 직책만 받고 아무런 이득을 못 주는 지도자는 두고두고 비난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세번째로는 지도자는 모든 구성원의 뜻을 알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늘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조언하고 싶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임무가 ONE WAY가 아니라 TWO WAY로 통하고 구성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그 집단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일을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은 그 지도자를 따르지 않는다. 지도자는 그 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그 목적은 영원히 한인사회 속에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다음으로, 지도자 못지 않게 구성원에게도 커다란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 세 가지도 덧붙이고 싶다.

그 첫째는 구성원의 관심이다. 우리가 지도자를 뽑아놓았으면 그 지도자가 무엇을 하든지 주의깊게 감시하고 그에게 구성원이 요구하는 사항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유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구성원들의 무관심이 지도자를 무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도자로 하여금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두번째는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지도자를 뽑아 놓았으면 그 지도자가 무엇을 하는지 살피고 우리가 바라는 일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전달하고 그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세번째로는 자주 모여야 한다. 구성원이나 지도자, 간부, 임원 모두가 수시로 모여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만나야만 좋은 일, 해야할 일들을 상의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는 회원 모두가 수시로 모이는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체가 활성화되고 발전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성원이 똑똑해야 지도자도 똑똑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라.

지도자는 구성원들에게 ‘나를 따르라’는 다섯 글자를 명령할 수 있는 힘을 가져라. 이것이 나의 충고다.

<강현진(새크라멘토 한국학교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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